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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여의도로 돌아가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서지는 않았지만 그가 공언한 '분기 1%대 성장'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정계 복귀의 명분은 만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현안이 겹겹이 쌓여 있고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경제 수장인 그의 여의도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3·4분기 성장률 1.2%에 대해 여러 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선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큰 상황에서 6분기 만에나마 0%대 저성장의 흐름을 끊어냈다. 앞으로 경기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는 결국 심리"라며 "지긋지긋한 0%대 성장률의 늪에서 벗어났다는 점만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는 최 경제부총리가 공언했던 분기 1%대 성장 약속을 그의 정계 복귀 이전에 지킬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취임 이후 분기 1%대 성장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번번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다가 4분기 만에야 성공했다. 올해 1·4분기 0.8%를 기록하며 치고 올라오던 경기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2·4분기에 다시 반 토막(0.3%)으로 고꾸라졌다. 기재부에서는 이번 성과를 실세인 최 경제부총리가 지난 1년간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다시피 하며 발 벗고 뛰어다닌 결과물로 자평한다. 이번주 말에는 분기 1%대 성장 달성의 배경과 앞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보도자료까지 낼 예정이다.
그러나 6분기 만에 1%대 성장률 달성이 사실상 돈 풀기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다소 빛이 퇴색되는 감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공격적인 확대재정 정책을 선언하고 8월에는 금리인하까지 병행했다. 그가 취임한 후 지난 1년여간 금리만 네 차례 인하(총 1.0%포인트)됐고 46조원의 돈이 추가로 풀렸다. 지난 8월에는 메르스 여파로 가라앉은 민간 소비를 살리기 위해 10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개별소비세 인하까지 단행했다. 더구나 지난 1년여간 공격적인 확대재정 정책과 금리인하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 및 민간 부채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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