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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정확한 옥석 가리기"라고 강조하며 시중은행장에게 부실기업 정리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에 앞장서줄 것을 주문했다.
진 원장은 27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은행장 10명과 함께한 조찬 간담회에서 "최근 중국발 경제위기 우려, 미국 금리인상 가시화 등 대외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며 "대내적으로도 가계부채 문제와 함께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크게 증가하는 등 기업부채 부실 우려까지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금융권을 둘러싼 환경이 부정적임을 강조했다.
진 원장이 시중은행장과 간담회를 갖기는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진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부터 은행권이 좀비기업을 퇴출하는 과정에서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구조조정과 충분한 충당금 적립 등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회생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은 신속하게 정리해 자원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에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은행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살 수 있는 기업은 적극 지원해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억울하게 희생되는 기업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내년부터 시스템적 중요은행(D-SIB), 경기대응완충자본제도가 도입되는 등 글로벌 자본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기업여신 및 가계부채 부실 우려 등 대내외 불안요소까지 확대되고 있어 은행권이 이에 대한 대비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 원장은 "각 은행이 보수적인 관점에서 엄격하게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 확대 및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 원장은 "7월에 발표한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대책 실행을 위한 채무상환능력 심사 강화 가이드라인이 거의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과제인 만큼 각 은행이 내년 실행에 차질이 없도록 충실히 준비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진 원장은 일각에서 금융개혁 체감도가 낮다고 비판하는 데 대해 "그간 금융개혁이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추진됐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며 "앞으로는 금융 수요자 입장을 더 고려해 생활밀착형 과제들을 적극 발굴, 실행할 예정인 만큼 은행들도 과제 발굴 및 실천에 함께 힘써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윤종규 국민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김주하 농협은행장, 성세환 부산은행장, 박인규 대구은행장 등 10명이 참석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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