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연말정산 파동'을 거치면서 절세의 중요성을 깨달은 투자자들은 연금저축펀드와 퇴직연금펀드처럼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현재 연금저축펀드에는 올 들어 1조6,885억원, 퇴직연금펀드에도 올해만 2조5,696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올해가 지나면 가입할 수 없는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와 재형저축펀드도 절세 혜택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금융상품이다. 의무가입 기간이 길다는 핸디캡이 있지만 낮은 세금 자체가 하나의 수익률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떠나보내기엔 아쉽다는 평가다.
◇절세의 선봉장, 연금저축·퇴직연금펀드= 세테크 0순위는 역시 연금저축펀드와 퇴직연금펀드다. 올해부터는 연금저축 400만원 외에 퇴직연금도 300만원까지 추가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총 700만원까지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연금저축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개설해 700만원을 넣어도 똑 같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율은 13.2%로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 4,000만원 이하 사업소득자의 경우 올해부터 연금세액공제율이 16.5%로 상향된다.
연금저축펀드의 경우 과세 이연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연금저축은 불입 및 운용기간에는 배당소득세가 과세되지 않으며 연금을 수령 할 때 세금을 매긴다. 세율 역시 3.3~5.5%로 낮게 분리과세가 이뤄진다. 덕분에 연금저축펀드에 납입하는 동안 복리로 투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펀드는 이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 만큼 해외펀드를 연금저축펀드로 가입하기를 권한다. 일반 해외펀드는 매년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연금저축펀드에서는 연금 수령 이후로 과세 시점이 미뤄지고 세율도 낮기 때문이다. 한동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연금마케팅 과장은 "전환형 펀드로 가입할 경우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환매수수료 부담 없이 자유롭게 펀드를 갈아탈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운용 성과는 퇴직연금펀드가 좋은 편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퇴직연금펀드의 연초 이후 누적수익률은 평균 3.64%로 연금저축펀드(3.10%)를 앞서고 있다. 투자기간을 각각 2년과 3년으로 넓혀보면 퇴직연금펀드는 7.17%와 12.23%의 수익률을 보이는 데 비해 연금저축펀드는 0.64%와 7.28%에 그치며 차이가 커진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연초대비 수익률로 따져볼 때 퇴직연금펀드는 21.49%를 기록 중인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1[주식]_C'펀드가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메리츠코리아퇴직연금[주식]C'(21.23%),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업종일등[주식]C-F'(16.71%), '한국투자퇴직연금네비게이터1(주식)(C)'(15.64%)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연금저축펀드의 경우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주식)C-P'펀드가 31.61%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으며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주연금저축1(주식)C'(30.39%),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연금저축1(주식)C'(24.23%), '한화자랑스러운한국기업연금[주식]C'(23.49%) 등의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말 마감하는 소장펀드·재형펀드도 관심 둘 만= 연말 신규가입이 종료되는 재형저축펀드와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도 절세를 위한 좋은 수단이다. 소장펀드는 연간 총 소득이 5,000만원 이하면 가입 가능하다. 연간 600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으며 불입 금액의 40%까지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가입 후 급여가 인상되면서 총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연간 총 소득이 8,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소득공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600만원을 꽉 채워 넣으면 이 중 240만원이 소득공제 대상이 돼 이 경우 절약할 수 있는 세금은 최대 32만4,000원이다. 대신 최소 5년간 해지 없이 유지하며 자금을 불입해야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5년 이내 해지하면 납입액의 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개별 상품 중에서는 1년 수익률 기준으로 '신영마라톤소득공제(주식)S-T형'펀드가 15.89%로 성과가 좋고 '한국투자네비게이터소득공제(주식)(C)'(14.74%),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장기소득공제1[주식]C'(10.43%) 등도 투자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재형저축펀드는 연간 총 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 또는 종합소득 금액 3,500만원 이하 사업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다. 의무 가입 기간이 7년으로 길지만 이 기간 투자해 발생한 이자 및 배당소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간 최대 1,2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분기별로 3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올 들어 10억원 이상 자금이 유입된 펀드가 3개에 불과할 정도로 인기가 저조하지만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2.54%, 2년 수익률은 6.99%로 쏠쏠하다. 개별 상품 중에서는 '삼성재형차이나본토1[주식]'펀드가 2년 수익률 47.82%로 가장 성과가 좋으며 'KB재형밸류포커스30(채권혼합)'(10.95%), '피델리티이머징마켓재형(채권-재간접형)'(9.95%) 등이 뒤를 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상품이 모두 절세라는 특성이 부각되는 장기투자형 상품이지만 수익률 면에서도 신경을 쓸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세제 혜택을 주는 상품은 연봉 수준에 맞춰 최대한 가입하면서 펀드 판매사와 꾸준히 접촉해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품 가입 시 가급적 보수가 낮은 상품을 선택하면서 혼합형 위주로 변동성을 줄이는 투자전략도 체크 리스트에 포함됐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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