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황야 같은 곳에서 혼자 망연자실하게 서 있던 암담한 때가 생각난다. 이제 떠나지만 여러분에게 롱텀에볼루션(LTE)을 넘어 '또 한 번 더 큰 도약'이라는 숙제를 드리려 한다. 새로 오는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새롭고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주십시오."
대표적인 통신전문가로 꼽히는 이상철(67·사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27일 이 같은 내용의 퇴임 소감을 임직원들에게 e메일로 보냈다. 6년 만에 대표에서 물러나며 그동안 동고동락한 임직원에 작별을 알렸다. 그는 이날 오전 임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사랑과 행복의 6년을 마지막 직장에서 보내고 그 정점에서 떠나게 됐다"며 "여러분에게 진정 고맙다"고 인사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오후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로 전날 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권영수 전 LG화학 사장을 선임했다.
이 부회장이 구본무 LG그룹 회장으로부터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합병법인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2010년 1월 사령탑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LG유플러스는 어려운 처지였다. 하지만 KT 대표를 거쳐 2002년 김대중 정부 말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던 경륜을 바탕으로 취임 9개월 만에 9만개의 기지국을 설치해 기네스북에 오르고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2011년 국내 최초로 LTE를 도입한 뒤 다음해 LTE 전국망 구축과 LTE 기반 음성통화(VoLTE)서비스에 이어 2013년 100% LTE 상용화에 나섰다. 그 결과 2010년 17.04%였던 시장점유율을 올 9월 기준 20.01%(가입자 1,000만명)까지 대폭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또 인터넷TV(IPTV)에서도 세계 최초의 안드로이드 셋톱과 서비스를 제공해 만성적자에서 벗어나는 등 체질을 개선했다.
특히 통신사업 수익지표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보면 2010년 3만1,957원에서 올해 3·4분기 3만6,294원으로 무려 5,000원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개척에 나서 스위치·플러그·도어록 등 여섯 가지 홈IoT 신규 서비스를 출시, 최근 가입자가 5만1,000명을 넘어서는 등 급성장세다. 이 부회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남들이 불가능이라고 했던 기적을 이루기 시작했다"며 "이 모든 성과는 (임직원) 여러분의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졌다"고 술회했다. /권대경기자 kw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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