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이 장밋빛 전망을 내놓아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 판단을 흐렸다는 뼈아픈 자기 고백이 나왔다. 주인공은 국내 대표 민간 싱크탱크 중 하나인 LG경제연구원이다.
LG경제연구원은 17일 '낙관적 경제전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산업연구원·LG경제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 등 국내 5개 연구기관의 2011~2014년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3.7%)가 실적치인 3.0%보다 0.7%포인트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5개 기관이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2011년 이후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설비투자의 상향오차가 가장 심했다. 5개 기관의 2011~2014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5.7%였지만 실제 기업의 투자는 고작 1.5%에 그쳤다. 민간소비도 상향오차가 1.3%포인트에 달했고 수출(통관 기준)도 전망치가 실적에 비해 2.6%포인트나 높았다.
문제는 낙관적 전망으로 인해 정부가 잘못된 정책대응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낙관적 전망을 거듭하다 장기 침체기로 접어든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의 개혁 시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실적치보다 1%포인트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보고서를 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제 전체의 구조가 바뀌었다는 것을 피상적으론 알고 있었지만 경제전망에 반영하지 못해왔다"고 반성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 우리나라 고성장의 흐름이 다시 재연되기는 어렵고 오히려 장기 침체의 가능성도 크다"며 "고성장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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