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급락장이 펼쳐진 지난 8월 이후 대형주펀드의 수익률이 중소형주펀드를 앞질렀다.
올 상반기 수익률 측면에서 대형주펀드에 완승을 거둔 중소형주펀드의 수익률은 이 기간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지만 대형주펀드의 수익률은 오히려 플러스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형주가 저유가와 원화약세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연말로 갈수록 중소형펀드에 비해 대형주펀드의 수익률이 상대적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2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중 올 들어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9.77%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연초 이후로는 평균 36%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최근 들어 수익률이 크게 부진한 것이다.
펀드별로는 'NH-CA Allset성장중소형주[주식]Class A1'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이 -6.45%로 연초 이후 수익률(38.92%) 대비 저조했고 같은 기간 '미래에셋TIGER헬스케어상장지수(주식)'도 -11.66%로 연초 이후 수익률(80.47%)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반면 최근 3개월 기준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33%로 대부분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차지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1.55%로 부진한 'KStar 5대그룹주상장지수(주식)'의 경우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29%에 달했다. 'KB삼성&현대차그룹플러스자(주식)A' 역시 연초 이후 수익률은 -1.64%에 그쳤지만 최근 3개월 수익률은 5.68%로 양호했다. 특히 28개의 삼성그룹주펀드는 최근 한 달 기준 평균 7.68%의 수익률을 기록해 대형그룹주펀드들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냈다.
올 들어 초강세를 보이던 중소형주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다소 악화되는 대신 대형주펀드의 수익률이 살아나는 것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하면서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수익률 차가 많이 축소되고 삼성전자·현대차·아모레퍼시픽 등 대형주의 주가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강화되면서 중소형주 대비 상대적으로 주가 안정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주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국 현대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 팀장은 "대내외 증시환경 요인의 교착 상태 지속으로 당분간 지수는 제한된 범위 내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여전히 불안정한 제반 변수를 감안하면 높은 주가수익비율(PER), 주도주 부재 등 리스크가 높은 중소형주보다는 오히려 코스피 중심의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과 기업실적도 대형주에 유리한 상황이다. 최근 3개월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코스닥을 팔고 코스피를 사들이고 있다. 특히 기관은 8월 이후 현재까지 코스닥시장에서 8,791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피시장에서는 6조975억원을 사들여 대형주의 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서 1조7,446억원을 팔아치운 외국인도 이달 들어 7,595억원을 사들이며 코스피시장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기업의 실적도 전년 대비 17.9% 증가한 90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해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부문 부문장은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밸류에이션 차이와 연초 이후 이익 추정치 변화 추세 등을 고려하면 대형주의 상대적인 매력이 더 높아진 상황"이라며 "기존의 대형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대형주 내에서 본연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장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들을 지속적으로 편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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