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으로 외국인들이 매물을 쏟아내며 국내 주식시장도 약세를 보였다. 이달 중순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시장도 약세 기조를 벗어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0.99%(19.67포인트) 하락한 1,974.4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이날 3,600억원어치의 유가증권을 팔아치웠다.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도 금액은 2조7,342억원에 달한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5포인트(0.7%) 내린 685.77로 거래를 마쳤다.
간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단기 예금금리 10%포인트 인하, 양적완화 기간 6개월 연장을 핵심으로 하는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양적완화 확대는 빠졌다. 이달 15~16일 FOMC 회의를 앞두고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ECB의 추가 부양책도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나옴에 따라 외국인들의 방향전환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ECB의 추가 양적완화에 기대가 컸는데 관련 내용이 부양책에서 빠지면서 매물들이 많이 나왔다"며 "미국·유럽 증시가 하락했고 그 여파가 국내 증시에까지 미쳤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ECB가 양적완화를 확대하지 않은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경제와 증시 상태가 양호하다는 판단, 미국이 금리를 완만하게 올리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ECB가 추가 완화책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제 FOMC를 주목하고 있다. ECB의 추가부양책에 대한 실망보다는 FOMC의 금리인상 결정과 이에 따른 외국인투자가들의 대응이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를 보인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말 미국의 11월 고용지표가 발표되고 FOMC 회의도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ECB 자체의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단기에 변동성이 확대되기보다는 제한적인 등락 과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김창영기자 k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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