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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3세' 정기선 전무 승진… 오너경영 강화로 위기 넘는다

'해양플랜트 부실 책임' 임원 30% 물갈이

현대중공업 정기선 전무


현대중공업 총수일가 3세인 정기선(사진) 상무가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며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 경영체제 전환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해양사업 임원의 30%를 교체하고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기술원장을 부사장으로 격상했으며 첫 여성임원도 배출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7일 △오너 경영 강화 △사업부 책임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현수 중앙기술원 전무와 강명섭 현대오일뱅크 전무 등이 6명이 부사장에 올랐으며 전무 승진자는 15명, 상무와 상무보 승진자는 각각 36명, 57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상무의 전무 승진이다.

정 신임 전무는 지난해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다시 한 단계 올라섰다. 업무도 기존 총괄부문장으로서 기획과 재무를 담당하던 것 외에 조선과 해양 영업을 통합하는 영업본부의 총괄부문장까지 새로 맡는다. 회사의 안살림은 물론 바깥살림까지 모두 아우르며 머지않은 시기에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정 전무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인도 등 대외 협력사업과 수주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경영 수업을 받는 단계인 만큼 CEO를 맡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지만 아버지 정 이사장이 지난 1978년 입사해 1980년 상무이사를 거쳐 만 30세인 1982년 사장에 오른 점을 고려할 때 오너 경영 시점이 더 빨라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정 신임 전무가 성과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영업까지 총괄한 만큼 다음 승진까지는 충분한 실적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는 사업대표가 주도한 가운데 잘못은 엄격히 따져 묻는 책임경영도 강화됐다.

지난 3일 사장단 인사에서 해양플랜트 대규모 적자에 대한 문책이 이뤄졌듯 이번에는 해양사업 임원 30%가 교체됐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부문별 교체 폭을 공개할 수 없지만 해양 부문은 훨씬 많은 임원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인사·구매·원가·기획·안전 등 경영지원 기능이 각 사업부로 옮겨져 사업대표의 권한과 책임도 커졌다.

조직 측면에서는 중앙기술연구원장이 부사장급으로 격상돼 R&D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사를 통한 혁신 의지도 엿보인다. 상무보 신규 선임자 중 40대가 50%인 28명으로 지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세대교체 경향이 뚜렷해졌다. 또 상무보에 이름을 올린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의 이진철 부장은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첫 여성 임원이다. 지난해 생산직에서 첫 임원이 나온 데 이어 또 한 번의 파격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으며 '변해야 산다'는 절실함이 인사에서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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