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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독려하는 가운데 일찌감치 임금피크제를 적용해온 '신의 직장'들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총 인건비 증액 없이 임금피크제를 유지해왔는데 최근 도입하는 기관에는 이런 조건이 없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임금지급률을 올리자니 전체 직원의 임금 상승률을 줄여야 할 판이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기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5일 정부 당국과 금융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KDB산업은행은 임금지급률 변경을 놓고 노사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예탁결제원도 정부가 제시한 시한인 10월 말까지 임금지급률 변경을 목표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산은·기은은 55세부터 5년간 연평균 58%의 지급률을 적용하고 있으며 예탁결제원은 5년 기준 60%다.
문제는 이들 공공기관의 임금지급률이 최근 기획재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도입하는 공공기관들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체 316개 기관 중 168개 기관이 새롭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임금 조정기간은 퇴직 전 평균 2.7년, 지급률은 △1년 차 81.3% △ 2년 차 74.4% △3년 차 68.2% 수준이다.
이런 차이는 도입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에서 비롯됐다. 2011년 감사원은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대한 기관감사에서 "법정 정년이 58세인 만큼 이를 초과하는 기간에 대해서는 인건비 지급을 하지 말라"고 지적했고 이는 다른 기관들에도 임금피크제의 가이드라인이 됐다. 즉 56세부터 60세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당시 법상 정년인 58세까지 3년의 임금을 5년에 나눠 지급하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연평균 지급률은 60%를 밑돌 수밖에 없었다. 반면 정부가 현재 유도하는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가 기준이다. 정년연장법이 2013년 4월 국회를 통과했고 59세부터 2년간의 임금지급도 법상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임금피크제의 지급률을 높이기도 녹록하지 않다. 공공기관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총인건비 상승률이 3.0%로 제한되고 매년 통상 상한선까지 임금을 올렸다. 바꿔 말하면 임금피크제 지급률을 상향 조정하면 전체 직원의 임금 상승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사측과의 협의뿐만 아니라 노조 조합원들 간의 의견 대립도 만만찮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의 임금피크제를 고수하기로 한 곳들도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주택금융공사·기술신보가 대표적이다. 기술신보와 주택금융공사의 5년간 연평균 지급률은 각각 54%, 58%로 올해 들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50% 수준에 불과하다. /조민규기자 cmk25@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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