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21개월 만에 한 자릿수대로 추락했다.
외국인들이 코스닥 헬스케어·전기전자(IT) 업종을 중심으로 주식을 팔아치우고 저평가된 유가증권시장의 대형주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 12일 기준 19조3,000억원으로 전체 시총의 9.99%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비중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월6일(9.95%) 이후 21개월 만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지수가 급등하자 투자 비중을 높여 지난해 12월15일 비중이 11.37%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거품 논란에 휩싸인 국내외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 조정을 받고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다가오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올 들어 이달 13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셀트리온(-3,467억원), 파라다이스(-2,545억원), 서울반도체(-1,379억원), 카카오(-1,118억원), 원익IPS(-1,106억원) 등이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머징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주가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아 외국인들이 코스닥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올 3·4분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과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외국인들이 저평가 대형주로 투자 관심을 옮겨가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에 대한 매도 공세를 이어가는 한편 코스피시장에서는 매수세로 전환했다"며 "코스닥 붐이 올해 4·4분기에는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변수가 있어 코스닥시장의 방향성을 판단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코스닥은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시장이고 외국인의 코스닥 투자 규모가 코스피에 비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실적시즌을 넘기면서 코스피시장이 안정되고 중국이 5중전회 전후로 경기부양 정책을 내놓아 유동성이 유지된다면 코스닥시장도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