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점 100일 만에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서며 명실공히 '광역백화점'으로 우뚝 선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이번에는 국내 문화센터 중 단일 학기 최다 회원을 유치하며 경기 남부권의 '쇼핑&지역 커뮤니티 블랙홀'로 떠올랐다. 국내에 문화센터를 처음 도입한 백화점답게 고품격 문화콘텐츠로 고객 유인에 성공, 문화적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생활 문화 서비스 백화점'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오픈하자마자 모집한 가을 학기 회원이 2만 명에 달하며 기존 최다 보유인 롯데백화점 잠실점 문화센터(1만 5,000명 가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통상 업계가 추산하는 문화센터 한 학기 회원 수는 대략 8,000∼1만 명. 현대백화점 내 가장 많은 회원수를 가진 대구점이 1만 4,000명,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이 1만명 내외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문화센터가 독보적 회원 수를 보유한 데는 신생점포가 가지는 입지적 장점이 한 몫 했다. 수도권 최대 규모 백화점인 만큼 문화센터 규모도 평균보다 1.5배 넓은 1,586㎡(480평)에 달한다. 기존 점포에서는 한 개 강의실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순환 교육했지만, 판교 문화센터는 넓은 공간 덕분에 총 13개 강의실에서 각 콘텐츠별로 전용 강의실을 꾸렸다. 커리큘럼에도 공을 들였다. 유·아동 관련 강좌를 기존 20%에서 30%로 늘렸고, 인문학 강좌도 30% 수준으로 확대했다.
현대백화점의 표적집단조사 결과 판교점 이용 고객 상당수는 30대 후반∼40대 중반의 자녀를 둔 기혼 여성으로 타 수도권 백화점 고객층보다 이들 비중이 10% 가량 높다는 점을 고려, 이들의 취향과 특성을 파고 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예컨대 30대 유모차 족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메종드 앙팡'과 같은 프리미엄 영유아 놀이 강좌를 구성했다. 교육 도구부터 친환경으로 꾸렸고 반납해야 하는 기존 영·유아강좌와 다르게 교구를 개인이 직접 챙겨 갈 수 있도록 했다. 철학·미술·건축 등에 관한 전문교육 프로그램인 '메종드 스칼라'는 고학력 '판교맘'을 공략한 강좌로 꼽힌다.
이로써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문화 생활과 여가 공간 기능까지 갖추면서 이 지역의 '라이프 커뮤니티'를 바꾸고 있다. 그동안 경기 남부 상권은 삶의 질에 대한 관심도와 더불어 소비의 질도 높아졌지만 문화와 예술 등을 누리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곳이 미흡했다. 문화센터 이용자의 38%가 10㎞ 바깥 지역에서 찾아온 판교 외 원정 고객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장은 "단순 물건 판매가 아닌 생활 문화 서비스 판매에 공을 들인 덕분에 '판교맘'들이 백화점을 단순 쇼핑 뿐 아니라 약속·모임 등 커뮤니티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문화센터 최다 회원 유치가 당장 백화점 매출로 직결되는 건 아니지만 고객을 끌어들이는 동인이 되고 '광역 백화점'을 이루는 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