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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홍완선(사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물론 주요 대기업 오너 및 최고경영자와 잇따라 회동하며 경영 현안을 조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 확대와 더불어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에 막강한 영향력을 국민연금 기금본부가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홍 본부장은 5일 국민연금공단 전주 본사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 이전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지난 7월7일 이 부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홍 본부장은 "지난해 (만도의 지주사 전환 문제와 관련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을 만났고 SK와 SK C&C 합병 당시에도 양사의 CEO와 모두 회동했다"며 이 부회장만 특별 대우하거나 자신이 이례적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기금운용본부 수장이 삼성·한라 등 국내 주요 그룹의 오너와 직접 만난 것은 투자 기업의 장기 사업 계획이나 비전 등 '큰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한 것이다. 홍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CEO들을 만났지만 향후 사업 계획이나 미래 가치에 관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며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난 결과 100%는 아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만족할 만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금 규모 확대와 더불어 자본시장 내 국민연금의 위상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금운용본부의 주요 간부들과 국내 주요 그룹 수장 및 CEO 간 만남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주요 그룹의 3세 승계가 본격화하고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실제 홍 본부장도 이날 국내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문제 발생 시 해당 그룹 오너와 만나는 일이 기금운용본부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 질의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이례적인 찬성 결정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돼 국민연금 수장인 최광 이사장보다 홍 본부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민연금이 양사 간 합병 결의 이전 삼성물산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준석기자 p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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