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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생산성 매년↑·기술력 축적… 초대형선잇따라수주 저력 과시
영도조선소· 부산R&D센터 연계… 해양플랜트까지 사업 확대할 것
24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버스로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는 110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선박 블록을 나르는 가운데 곳곳에서 용접 불꽃이 번쩍이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 2만5,000여명 근로자들이 흘리는 구슬땀을 먹고 두꺼운 철판은 블록으로, 다시 선박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297만㎡(약 90만평)에 달하는 수비크조선소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6도크다. 길이 550m, 너비 135m, 깊이 13.5m의 6도크는 2만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두 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
현재 6도크에는 최근 건조를 시작한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등 5척의 배가 외형을 갖춰가고 있었다. 그리스 코스타마레사가 발주한 이 배는 수비크조선소가 건조하는 100번째 선박이자 누적 수주량 500만 표준화물선환산톤(CGT) 달성의 주인공이다. 올 들어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대규모 손실과 수주 가뭄으로 대형사나 중소형사 할 것 없이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수비크조선소는 묵묵히 성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수비크조선소는 지난 2009년 완공 이후 처음에는 중형선을 주로 건조했지만 생산성이 점점 높아지고 기술력을 축적하면서 2013년 들어 30만톤급 초대형유조선(VLCC)과 1만TEU급 컨테이너선 등 대형선 수주에 나섰다. 지난해 3만8,000㎥급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에 이어 4월에는 프랑스 최대해운사인 CMA-CGM으로부터 세계 최대급인 2만600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3척을 수주하며 저력을 안팎에 알렸다. 한진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2만TEU 이상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조선사는 국내 '빅3'와 일본 이마바리, 한진중공업 등 단 5곳뿐"이라며 "글로벌 선사로부터 건조역량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자부했다.
한진중공업은 수비크조선소 완공 2년 전인 2007년부터 현지에 2,500여명을 동시에 교육할 수 있는 기술훈련원을 열고 용접과 도장·설계 등 분야별 인력을 양성했으며 조선소에서 20㎞ 떨어진 카스틸레호스 지역에 부지 30만㎡를 사들여 직원들의 보금자리인 한진빌리지를 조성했다. 조선소 완공 당시 국내 인력 대비 30% 수준에 불과했던 노동생산성은 매년 올라 현재는 60% 수준에 이른다. 수비크조선소 근로자들의 임금이 월1만~2만5,000페소(우리돈 25만~61만원)에 불과해 국내의 20분의1 수준이고 선박 건조비용이 영도조선소의 80% 정도임을 고려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로써 한진중공업은 고부가가치 특수선을 맡는 영도조선소와 초대형 범용선을 짓는 수비크조선소 이원화 체계를 성공적으로 갖췄다.
한진중공업은 앞으로 수비크조선소와 부산의 연구개발(R&D)센터, 영도조선소를 연계해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VLCC를 건조하는 것은 물론 부유식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해양플랜트까지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싱가포르나 홍콩 증시 상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심정섭 수비크조선소 사장은 "조선경기 불황에도 수비크은 2018년 물량까지 확보해 선전하고 있다"며 "기술력과 인건비 등 여러 장점을 바탕으로 추가 수주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비크(필리핀)=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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