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리며 변동성 관리에 치중했던 주식형 펀드들이 주식 편입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미국의 금리인상 등 시장에 영향을 줄 글로벌 이슈들이 남아 있지만 예전보다 불확실성이 완화됐다고 판단해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94.33%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비중 조절이 시작됐던 7월 말(93.43%) 대비 1%포인트가량 높아진 수준이다.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 규모가 50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5,000억원 정도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 셈이다. 특히 지난 8~9월 일부 운용사들이 주식 비중을 80%대로 낮췄던 것과 비교하면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면서 낮아졌던 주식 비중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기투자에 집중돼 있던 기관 자금들도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이다. 9월 90조에 가까웠던 법인들의 머니마켓펀드(MMF) 잔액도 25일 기준 72조원까지 빠졌다.
운용업계는 펀드매니저들이 국내 증시의 단기 변동성이 완화됐다고 판단해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큰 대외변수인 미국 금리인상의 경우 12월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오히려 이에 따른 우려가 잦아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미국 금리 이슈에 대해 시장에서는 이미 불확실성이 소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단기적으로 시장이 회복되는 분위기에 줄였던 주식 비중을 다시 정상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홍정모 NH-CA자산운용 차장은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위안을 주고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신흥시장이 받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식에 다시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10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이 발표된 이후에 완만한 속도의 금리 인상 기대로 세계 증시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글로벌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여 급락하는 결과가 초래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밸류운용부문 본부장은 "내년 국내 증시 전망이 비관적이지만 사실 경제지표와 기업이익은 바닥을 지나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처럼 시장 분위기와 지표 사이에 괴리가 있는 상황은 주식을 매수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 SDR 편입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등 내달에 계획된 글로벌 이벤트들도 최근 주식 자산 비중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에서 위안화 SDR 편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변동성이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ECB는 내달 3일 진행되는 통화정책회의에서 현재 600억 유로인 채권매입규모를 800억~900억 유로로 확대하거나 채권매입 기간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를 견인할 할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반면, 박용명 한화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시장이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지금보다는 그때가 주식 비중을 늘리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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