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山東省)에 한중 위안화 경제특구가 설치된다. 중국은 역·내외 자본거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나라로 해외 금융기관의 현지 기업에 대한 영업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특구로 지정되면 해외 은행들의 위안화 직접 대출이 가능해진다. 산둥성은 중국 31개 성시(省市)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지역이다. 우리 은행들의 사업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우리 기업들도 저리의 위안화 직접 조달을 통해 자금 애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올해 7월 산둥성 내 칭다오시(靑島市) 소재 기업들에 우리 은행들의 위안화 직접 대출을 허용했다. 이번 한중 정상급 회담 합의를 통해 산둥성 내 17개 시에서 위안화 직접 대출이 가능해진다. 양국이 합의문에서 경제특구라는 명시적 표현을 사용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은행들의 산둥성 내 직접 대출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경제특구로 용인했다는 분석이다.
한중 경제특구의 위안화 직접 대출 허용은 중화권 국가를 제외한 국가에 파격적인 위안화 국제화 조치로 평가된다. 현재 역외 위안화 직접 대출이 가능한 특구는 △1994년 싱가포르 자본이 투자한 쑤저우(蘇州)공업원구 △2012년 홍콩 자본이 연계된 첸하이(前海)경제특구 △2013년 대만 기업 유치를 위해 설립된 쿤산(崑山) 위안화 투자 특별구 등으로 모두 중화권 자본과 연결되거나 투자가 이뤄진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2~3년 정도의 논의 과정과 테스트를 거쳐 위안화 직접 대출을 허용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위안화 예금을 받아도 중국 내 자본거래의 제한 때문에 마땅히 운용할 만한 곳이 없었다"며 "이번 합의로 은행들의 위안화 관련 비즈니스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거주자 위안화 예금은 185억달러에 이른다. 국내에 쌓이는 위안화를 직접 운용해 예대마진 등을 올릴 수 있는 문이 열리는 셈이다.
우리 은행들의 위안화 직접 대출이 가능해지면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도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것보다 저리의 위안화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양국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중국 상업은행 대출보다 1~1.5%포인트 정도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도 양국은 산둥성 위안화 경제특구를 통해 자본시장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중소업체의 자금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시범사업 추진, 한국 코스닥시장과의 협력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모색해나가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와 금융기관이 중국 내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면 중국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자금 조달 방법에 관심이 많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양국 간 다양한 금융협력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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