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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렌즈는 국내 안경 렌즈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1위 제조업체다. 연간 판매량 3,600만장 규모로 수 십년 간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돼 왔던 안경 렌즈 시장은 라식과 라섹 등 시력교정수술이 일반화되면서 지난해엔 3,300만장으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케미렌즈는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대응해 기능성 렌즈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2월 출시된 자외선 차단렌즈 '케미퍼펙트 UV'는 현재 100만장 가까이 팔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외선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기능성 렌즈다. 박종길(사진) 케미렌즈 대표는 "대부분 제품이 자외선 차단 기능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연구팀에서 조사해본 결과 자외선A의 70~80% 정도만 차단하고 있었다"며 "우리 제품은 3년 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자외선A와 자외선B 모두를 100%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케미렌즈의 기능성 렌즈 연구 개발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외선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동시에 청색광도 차단하는 렌즈를 개발하고 있다. 청색광은 400~480 나노미터의 파장대로 컴퓨터와 모바일폰 등 전자 기기에서 발생하며 눈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표는 "자외선과 청색광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렌즈를 개발 중인데 청색광 중에서도 이익이 되는 빛도 있다"며 "유해한 청색광은 차단하고 이익이 되는 청색광은 흡수하도록 해 시중에 판매되는 청색광 차단 렌즈와 차별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실내에 들어가면 온도 차이로 인해 안경 렌즈에 김이 서리곤 하는데 이를 방지할 렌즈도 연구 중이다. 지금도 일시적으로 뿌옇게 되지 않는 렌즈가 있지만 소비자가 특정 약품을 주기적으로 직접 렌즈에 발라야 해 번거롭다. 약품을 바르면 렌즈의 빛 투과율도 낮아진다. 케미렌즈는 약품을 바르지 않고도 김이 서리지 않는 안경 렌즈를 만들어 낼 계획이다. 박 대표는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실내외 온도차이로 인한 렌즈의 김 서림"이라며 "필요하다면 다른 산업의 기술을 가져와서 접목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의 자신감엔 이유가 있다. 본사가 있는 경남 양산과 중국 생산 공장 내 기술 연구소에 30여명의 자체 연구 인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계획이 잡히면 회사에서 망설이지 않고 전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한몫한다. 기능성 렌즈라고 해도 가능하면 보급형 렌즈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기 때문에 가격대가 크게 높지 않다. 되도록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소비자가 안경을 맞추며 직접 케미렌즈 제품을 요청하는 모습은 박 대표가 꿈꾸는 그림이다.
식약청 기준에 따라 안경 렌즈는 소비자에게 직접 팔 수 없고 기업간거래(B2B)로만 유통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점유율 1위임에도 소비자들은 자신이 착용한 안경 렌즈가 케미렌즈의 제품인지 잘 모른다. 골프대회를 후원하며 갤러리에 안경 렌즈 시연 행사를 하는 이유다. 혁신적인 기능성 렌즈를 만들어도 케미렌즈 제품임을 알리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최근 출시한 자외선 차단렌즈 '케미퍼펙트 UV' 렌즈엔 포그마킹(fog marking) 기술을 적용해 입김을 불면 'chemi'라는 글자가 보이도록 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아 시야에 방해를 주지 않지만 입김을 불면 브랜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외국 연구소와 케미렌즈가 합작해 자체 개발한 기술로 특허도 따냈다.
박 대표는 "올해 매출은 약 1,25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자외선 차단렌즈와 누진 다초점 렌즈, 김 서림 방지 렌즈 등 기능성 렌즈 R&D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브랜드 마케팅에도 주력해 소비자들에게 케미렌즈를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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