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실천하기 위해 비과세·감면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특례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덩치가 큰(연간 세금 감면액 300억원 이상) 항목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무화해 깐깐히 따져보겠다고 했지만 세 건 중 두 건은 이를 생략하고 사실상 '프리패스'시켰다. 또 신규 조세특례 15개 중 10개는 '세금 감면액 추정 불가'로 판정해 아예 예타 대상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정부가 자발적으로 정한 재정원칙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6 예산안 등의 검토보고(국세수입)'를 보면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세법개정안에서 300억원 이상의 세금 감면이 예상돼 예타를 받아야 하는 신규 조세특례는 총 3개다. 1,1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비과세만능통장) 과세 특례를 비롯해 1,003억원 규모의 해외주식투자 전용 펀드 비과세, 600억원 크기의 청년고용기업 세액공제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세금 감면액이 300억원 이상인 신규 조세특례는 예타를 의무화해 올해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ISA에 대한 예타만 실시하고 나머지 2개는 생략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법령상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경우 예타를 생략하고 민간인으로 구성된 조세특례 성과평가 자문위원회를 거쳐 신설 조세특례를 실시할 수 있다"며 "자문위의 동의를 받는 등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세화 예결위 입법조사관은 "자문위 조사는 불과 일주일(7월21~27일) 동안 서면으로만 이뤄지는 등 깊이 있는 평가가 없었다"며 "경제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예타를 생략할 수 있다는 규정도 너무 추상적이어서 정부가 앞으로도 조세특례를 제한 없이 시행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기재부는 신규 조세특례 15건 중 10개는 세수 감면액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해 예타 대상에서 배제했다. 세법개정안을 보면 '수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조세특례' '주주 등의 자산양도에 관한 법인세 등 과세특례' 등 10건의 조세특례에 대한 세수 감소 효과가 '추정 곤란'으로 구분됐다. 김 입법조사관은 "조세특례의 무분별한 도입을 막기 위해 도입한 예타가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따라 선별적으로 행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신규 조세특례에 대한 심사도 허술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일몰이 도래하는 안건 대다수도 연장시켰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재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말 3조7,000억원, 총 88개의 조세특례가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정부 세법개정안에서는 85%(액수 기준)인 3조1,000억원이 연장됐다. 건수 기준으로는 70%가량인 61건이 온전히 이어졌고 8건은 축소 연장됐다. 이번 정부 들어 추이를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4년 8조7,000억원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무려 91%인 7조9,000억원이 조세특례로 살아남았다. 51건 중 34건이 그대로 이어졌다. 2013년에도 1조7,000억원의 일몰액 가운데 75%인 1조3,000억원이 연장됐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