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 침체일로를 걸었던 동대문 상권이 최근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효과가 상당했던 덕분이다. 최근엔 면세점 입점까지 확정되면서 동대문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동대문 상권은 동대문 의류 · 패션 산업과 흥망성쇠의 길을 같이 걸었다. 1950년대 자연 발생적으로 자리를 잡은 동대문 패션타운은 우리나라 의류 · 패션 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현재에도 그 공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동대문 패션타운을 중심으로 뻗어 나간 패션부자재거리와 재래시장, 쇼핑몰 빌딩가, 잡화점 등이 동대문 상권의 주요 구성요소를 이루고 있다.
동대문 상권의 최전성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였다. IMF 구제금융 신청 때문에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중국, 러시아, 중남미 의류상들의 발길이 늘었고,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문화시설이 확충되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전체 상권이 활황을 이뤘다. 이 시기 동대문은 의류 · 패션 산업의 메카를 넘어 쇼핑의 성지,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광 일번지로 자리를 잡는 듯했다.
◆ 동대문 상권의 몰락
동대문 상권의 침체기 역시 동대문 의류 · 패션 산업의 하락세와 궤를 같이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의류 · 패션 업체들의 공급과잉이었다.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할인 경쟁이 격화되면서 디자인만 동대문에서 하고 제작은 중국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유행이야 파리나 밀라노에 비해 1, 2주 늦을지 몰라도 품질만큼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던 동대문 패션산업의 자존심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봉제 및 패션 부자재 업체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고, 시간이 더 지나서는 ‘중국 업체 위탁 생산으로 품질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동대문 의류 · 패션 산업 전체가 기울기 시작했다. 의류 · 패션 쪽이 기울자 쇼핑 부문의 경쟁력도 덩달아 약화됐고, 결국 이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동대문 상권 전체가 큰 타격을 받았다. 2000년대 중반 들어선 동대문 곳곳에 빈 상가나 분양에 실패한 쇼핑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임대료가 높게 책정돼 있던 탓에 이들 매물은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급기야는 흉물처럼 방치된 곳도 나타났다. 이는 동대문의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졌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된 셈이었다.
◆ 부활의 신호탄 DDP
수년째 침체기를 겪던 동대문 상권이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건 2010년대 들어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부터다. 때를 같이해 카이스트 등의 기관에서 ‘동대문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곳곳에서 힘을 보탰다. 이때부터 주변 관광 인프라가 정비되고 상가 매물이 소화되기 시작했다.
점진적으로 진행되던 동대문 상권 회복에 결정적 ‘한방’의 힘을 보탠 건 지난해 3월 있었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개관이었다. DDP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착공 때부터 화제가 된 바 있다. DDP를 디자인한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마저도 “설마 그 디자인이 실제 건축물로 지어질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할 만큼 DDP의 완공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이슈였다.
DDP는 개관과 동시에 동대문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DDP는 독특한 외관과 잘 기획된 문화 전시회 같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관광명소로서의 기능도 충실히 수행했다. 지난 2월 서울시가 발표한 ‘2014 서울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대문은 수년 만에 명동을 제치고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 지역으로 부상했다.
DDP 운영 관계자는 말한다. “DDP가 탄생하게 된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동대문 상권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거였습니다. DDP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또 방문객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 당연히 DDP 주변 상가의 수입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여러 지표에서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면세점 유치로 날개 달아
지난 11월 14일에는 동대문 지역에 면세점 입점이 확정되면서 또 다시 주변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동대문은 올해 1차 면세점 사업자 후보 경쟁에서 총 8개 기업이 영업 부지로 꼽아 막강한 면세점 후보지로 떠올랐으나, 정작 면세점 사업자 발표에선 이들 중 단 한 개 기업도 특허권을 따내지 못해 주변 상권에 큰 실망을 안긴 바 있다. 하지만 이번 2차 면세점 사업자 발표에선 동대문의 터줏대감 두산이 특허권을 획득해 동대문에도 면세점시대가 열리게 됐다.
동대문 상권에서 면세점은 ‘동대문이 과거 제1 관광 특구로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동대문은 문화, 관광, 식도락, 교통, 숙박 등 풍부한 관광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데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쇼핑 부문에선 면세점의 부재로 2%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쇼핑 장소로 시내면세점이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쇼핑은 2014 서울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서울 방문 목적 1위(64.9%)를 차지할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동대문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집객효과가 대단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면세점은 동대문 상권에 위치한 기존 상가와 상품이 겹치지 않아 (면세점 입점은)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춘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어요. 내년에 예정된 면세점 오픈이 지난해 DDP 개관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동대문 살리기’에 팔 걷어붙인 두산그룹
두산은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이번 2차 면세점 사업자 후보 경쟁에서 ‘동대문 살리기’를 모토로 내걸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시켜며 1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외에도 두산은 면세점 사업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10%를 순수 기부금으로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상생 방안을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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