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맛있는 빵' 제조 일념
품질제일주의·현장경영으로 최고 베이커리기업 자리잡아
본고장 프랑스서도 흥행돌풍… 美 등 전세계 6000여개 매장
年매출 4조원 글로벌 기업 성장
"글로벌 식품 회사로 우뚝 서 100년 기업 기반 마련할 것"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전 세계 1만2,000개 매장의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로 만들어나갑시다. 이를 통해 일자리 10만개 이상을 창출해 글로벌 시장이 우리나라 청년들의 일터가 되도록 합시다." 28일 서울 대방동 SPC미래창조원에서 열린 SPC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허영인(사진) 회장은 밝지만 결의에 찬 목소리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허 회장은 "광복 직후인 1945년 작은 빵집에서 출발한 SPC는 70년간 품질 제일주의와 창의적 도전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베이커리 기업으로 자리잡았다"며 "이 모든 성과는 고객과 임직원, 가맹점, 대리점, 협력사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SPC의 역사는 창업주인 고 허창성 회장이 황해도 옹진군에 문을 연 동네빵집 상미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서울 을지로로 자리를 옮긴 상미당은 1959년 삼립제과로 이름을 바꾼 뒤 서울 신대방동에 공장을 짓고 주력 제품인 '크림빵' 생산에 돌입했다. 크림빵은 지금까지 16억개 이상이 팔린 제빵업계의 스테디셀러다. 1960년대 후반 고려당, 태극당, 뉴욕제과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지자 허 전 회장은 한국인터내셔날식품(현 샤니)을 세우고 고급 베이커리 대중화 포문을 열었다.
이후 선대 회장으로부터 샤니를 물려받은 차남 허영인 회장은 특유의 뚝심과 열정으로 '제빵왕'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1981년 33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캔자스시티에 위치한 제빵학교(AIB)를 1년6개월 동안 다녔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는 경영 마인드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처럼 기술 마인드도 갖춰야 한다"는 신념에서였다.
회사 관계자는 "허 회장은 학창 시절 밤마다 공장을 찾아 제빵 공정을 살폈고 부친을 졸라 중고 트럭을 구입해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라면 전국을 찾아다닐 정도로 빵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허 회장은 2002년 형에게 모태기업인 삼립식품을 인수할 때도 아버지로부터 "어렸을 때부터 빵을 좋아했으니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칭찬을 들을 만큼 집안에서도 열정을 인정받았다. 빵을 너무 많이 먹으면 살찐다는 의사의 충고에 "빵 만드는 사람이 빵을 안 먹으면 누가 빵을 먹겠나" 반박한 일화도 유명하다.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허 회장의 신념이 전 세계 6,000여개 매장에 연매출 4조원에 달하는 지금의 SPC그룹을 만든 것이다. SPC의 70년 역사를 관통하는 허 회장의 경영철학은 품질경영과 현장경영 두 가지로 요약된다. 불시에 공장을 방문해 제조공정 전체를 살피거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모든 제품을 직접 먹어보며 꼼꼼히 평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깐깐하기로 유명한 허 회장의 입맛을 사로잡은 '코팡'은 빵의 본고장 프랑에서 연일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빵'을 뜻하는 코팡은 프랑스식 반죽인 브리오슈에 한국식 팥 앙금과 크림을 더한 글로벌 전략제품이다. 허 회장은 코팡 출시를 앞두고 기획회의부터 제빵공정까지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개발한 코팡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샤틀레점과 오페라점에 출시하자마자 연일 매진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8월 선보인 지 두달만에 200만개 이상 팔렸다.
SPC그룹은 현재 프랑스, 중국,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5개국 190여개의 매장을 2030년 20개국으로 확대하고 중국과 미국에만 2,000여개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또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와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만 2조6,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시장에서 10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허 회장은 "SPC그룹은 가내수공업 수준이었던 국내 제빵산업을 현대화하고 1980년대 중반부터는 프랜차이즈사업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소매유통업의 선진화를 이끈 주역"이라며 "국내 최대 제빵 전문기업을 넘어선 글로벌 식품회사로 도약해 SPC그룹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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