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썸타는 영화&경제] (6) ‘북경자전거’와 중국공산당 5중전회

시골 출신 구웨이(오른쪽)에게 자전거는 자신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출처=네이버영화





#“빨라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중국 영화계의 6세대 감독 왕샤오슈아이가 만든 ‘북경자전거’는 특송업체 페이다(飛達) 지점장의 일장훈시 장면으로 시작된다. “여러분들에겐 특별한 자전거를 지급한다. 퀵 서비스가 빠르기도 해야 하지만 그래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순진한 시골출신 소년 구웨이(추이린)는 돈을 벌어 자전거를 자신의 소유로 만들 욕심에 신이 나서 거리를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던 중 애지중지하던 자전거를 도둑맞는데, 도둑맞은 자전거는 빈민가의 고교생 지안(리빈)에게 팔린다. 졸지에 한 자전거에 두 주인이 생긴 셈이다. 도둑맞은 구웨이도 그 자전거를 산 지안도 절대 양보할 뜻이 없다. 다투기에 지친 두 소년은 결국 서로 반나절씩 나눠 타며 자전거를 공유하는 쪽으로 타협하는데…. 그러던 중 여자 친구 지아오(가오위안위안)를 남에게 뺏긴 지안은 자전거에 대한 애착마저 잃고 구웨이에게 말한다. “이 자전거는 이제 네가 타. 이제 안 탈거야. 난 필요 없어.” 그리고 ‘의지의 중국인’ 구웨이는 자전거를 들쳐 메고 베이징 도심의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걸어간다.

베이징의 퀵서비스 직원인 구웨이는 자전거를 사랑한다. 공업고등학교 학생인 지안의 자전거 사랑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17세 동갑내기 두 소년의 자전거에 대한 애착은 종류가 분명 다르다. 구웨이에게 자전거는 생존의 수단이다. 자전거가 있어야 배달을 하고, 배달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 반면 도시빈민 집안의 지안에게 자전거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고생 지아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지안(오른쪽)은 여자친구의 마음을 갖기 위해 자전거가 꼭 필요하다. /출처=네이버영화



#유혈낭자한 싸움에도 도시인은 냉담

영화 ‘북경자전거’에서는 중국의 빈부격차와 지역불균형발전, 그를 둘러싼 빈민들의 박탈감과 무기력함이 허무할 정도로 드라이하게 그려진다. 시골 출신 구웨이와 그의 삼촌은 담벼락 구멍 사이로 건너편 부잣집의 젊은 여성을 훔쳐보며 부러움이나 토로하는 한심한 처지다. 빈민촌의 지안도 가난 탓에 새 자전거 한 대 갖기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거리의 가난한 도시민의 표정도 무덤덤하기만 하다. 골목 안에서 자전거를 뺏고 뺏기는 아이들 간의 싸움이 벌어져도 유혈 낭자한 다툼이 벌어져도 어른들은 그저 제 갈길 가기 바쁘거나 태연하게 앉아 장기 두기를 계속할 뿐이다.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5중전회’(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는 고속성장을 질주해온 중국경제의 ‘감속(減速)’성장을 선언했다. 또한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을 약속했다. 5중전회는 발표문을 통해 “경제에 대한 중고속 성장을 유지하고 균형적 발전, 포용적 발전,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초로 2020년까지 국내 총생산과 도시농촌 거주민의 1인당 수입을 2010년에 비해 배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구웨이(왼쪽)과 지안은 결국 자전거를 반나절씩 공유하기로 한다. /출처=네이버영화



#중국 5중전회 ‘샤오캉사회 건설’ 약속

5중전회의 선언은 경제의 압축성장의 폐해라 할 수 있는 빈부격차와 지역불균형발전, 환경오염 등의 심화로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중국사회에 대한 공산당 나름의 긴급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약속대로 2020년 전면 샤오캉사회 건설이 가능하려면 연평균 6.6%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5년 뒤엔 1인당 평균소득 1만2,600달러로 2010년의 2배가 되면서 세계은행(WB)이 설정한 고소득국가 대열(1만2,000달러 이상)에 진입하게 된다. 그것도 그 사이 별 탈이 없어야 가능한 일이다. 만약 중국 경제가 임금 상승과 생산성 저하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장기간 소득 수준이 정체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진다면 샤오캉사회 건설이라는 목표 달성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중국이 과연 빈부격차와 지역불균형발전이란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결과는 예단키 어렵다. 다만 국가 주도 시장경제를 이끌고 있는 중국공산당은 지금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다.

구웨이가 훔쳐보던 부잣집의 여성. 그러나 그녀는... /출처=네이버영화



#중국식 ‘국가사회주의’ 시험대에 올라

독일의 역사학파 경제학자 바그너는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이 필연적으로 초래할 부의 편중현상을 국가가 나서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가 개입해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경제현상에 도덕적 가치와 잣대를 들이대서 이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자본주의의 기술적 장점은 그대로 살리되 빈익빈 부익부의 폐해에 대해서는 국가공동체의 도덕적 판단을 근거로 적극 개입해 분배적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국가사회주의’를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바그너의 주장을 실행에 옮긴 유럽의 숱한 사회민주당들은 겉으로만 소외계층을 위한다고 외칠 뿐 스스로 거대권력으로 변질돼 소외계층 위에 군림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현재의 중국 공산당 또한 처한 상황이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에 냉담한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 공산당이 즐겨 쓰는 ‘앞을 보자(向前看)’는 구호의 ‘앞(前)’ 대신 발음이 같은 ‘돈(錢)’으로 바꾸어 부르는 비아냥만 봐도 알 수 있다. 권력자들이 겉으로만 국민의 미래를 위한다고 말할 뿐 ‘향첸칸(向錢看)’, 즉 돈만 바라보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두루 퍼져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다시 영화 ‘북경자전거’를 돌아가 보면 자전거 한 대를 두고 서로 자기가 주인이라고 우기는 두 소년의 다툼에서 생존을 위한 물질적 욕구와 정신적 과욕이 처절하게 충돌하고 있음이 읽혀진다. 마치 현실 속에서 ‘미래를 보자’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구호와 ‘돈만 바라본다’는 중국 인민의 냉소가 상충하고 있듯이 말이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