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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영업정지 '호재'에도 매장 찾는 소비자 안 보여
직영점과 격차 더 벌어져 폐업 속출… 곳곳에 빈매장
"지원금 올려야 고객 돌아와" 판매점 지원대책 마련 호소
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의 강남역 지하상가. 연중 유동인구가 북적이는 곳이지만 이곳에 모여 있는 개인 휴대폰 판매점에는 손님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은 SK텔레콤이 1주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첫날이라 KT나 LG유플러스의 프로모션이나 이벤트가 활발할 법도 했지만, 개인 판매점은 사정이 달랐다. 지난달 30일 하루만 해도 1,700여 명의 소비자가 '이통사 갈아타기'를 한 것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한 판매점 직원 장현욱(가명·32)씨는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생긴 뒤로 번호이동(이동통신사 변경)을 문의하는 손님이 드물다"며 "고객도 루나 등 중저가폰은 좀 찾는데 단통법으로 기기값이 비싸져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장사가 안되다보니 과당경쟁이 벌어지며 강남역 지하상가 판매점 6곳 중 절반은 점주 부담으로 공시지원금을 넘겨 지원하고 있었다.
1일로 시행 1년이 된 단통법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 개인 운영 휴대폰 판매점이다. 실제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에서도 군데군데 빈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16년 동안 판매점을 운영했다는 판매점주 김모(47)씨는 "지금이 (영업 상황) 최악이다. 가뜩이나 불경기라 손님들도 돈이 없으니 찾지를 않는다"고 털어 놨다. 또 다른 판매점주 이모(51)씨는 "요즘 새 프리미엄폰에 대한 문의가 거의 없을 정도"라며 "새 폰이 나오면 단통법 전에는 하루 15개 정도 판매했다면 이제는 3~4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일부에서는 발빠르게 중고 휴대폰 판매로 돌아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다. 베트남, 방글라데시, 태국 등 동남아에서 오는 중고폰 고객들을 겨냥해 현지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곳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테크노마트에서 판매점을 하는 윤모(53)씨는 "문 닫는 판매점도 많고 장사가 되는 중고 휴대폰 판매점으로 업종 전환을 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중고 휴대폰쪽으로 많이 몰려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의 한 전자제품 상가도 당초 4층에 판매점들이 모여 있었지만 최근에는 키즈, 비디오 게임 매장으로 바뀌고 1층으로 4~5개 판매점이 내려와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 판매점주는 "단통법 시행 이후로 근처 판매점 매출이 보통 3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반면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의 직영점과 개인 판매점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올해 6월 이동통신 3사의 직영점은 지난해 12월보다 590곳이 늘었지만, 개인 판매점은 3,500여 곳이나 줄었다. 김보라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고문변호사는 지난달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소상인들이 빠진 빈 공간을 직영점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용산 전자랜드의 한 판매점주는 "최소한 지원금 상한을 33만 원에서 올리든지 해야 손님이 돌아올 것"이라며 "판매점 지원책을 꼭 마련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전자랜드에서 만난 회사원 송모(29)씨는 "기기를 계속 쓰는 고객에게 해당하는 20% 요금할인제가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휴대폰을 하나 새로 사려면 가격이 상향 평준화가 됐는데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고객을 '호갱'으로 만드는 꼴"이라며 볼멘 소리를 했다.
/조양준·박호현·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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