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적극적인 소비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최악의 실적을 이어가면서 경기회복세가 다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 부진의 골이 깊다 보니 광공업생산이 5개월 만에 뒷걸음질쳤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10월1~14일)'에 힘입어 소매판매만 57개월 만에 최고치로 호전됐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 미국의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추경 효과 소멸, 개별소비세 정상화 등 부정적인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경기가 급랭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30일 통계청의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생산 증감률은 전월 대비 1.3% 감소해 지난 1월(-1.9%)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9월 전 산업생산(2.5% 증가·46개월 만에 최고치)이 워낙 높아 기저효과로 하락한 측면도 있지만 수출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15.9%(10월, 전년 대비)나 줄어든 영향도 컸다. 실제 광공업생산은 -1.4%로 하락 반전해 5월(-1.6%) 이후 가장 낮았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3.8%로 5월(73.2%)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도 선박투자가 줄어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10월 0.8% 감소해 9월의 4.3% 증가에서 하락 반전했다. 건축과 토목공사 실적이 줄어들면서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7.8% 감소했다. 다만 주택·연구소, 관공서, 발전·송전 수주가 늘면서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27.5% 증가했다.
반면 블랙프라이데이 영향으로 소비는 반짝 호조를 보였다. 10월 소매판매는 3.1% 증가해 2011년 1월(4%)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가 8.1% 불어나 2007년 9월(12.2%) 이후 가장 높았다. 김광섭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의복 구매에 소극적이던 소비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로 소비를 늘린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가전제품·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도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으로 7.7% 증가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정부가 추경이나 내수활성화 정책을 폈음에도 생산·투자·소비지표가 엇갈리는 등 경기회복세의 힘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러 악재가 겹쳐 있는 내년 1·4분기가 문제"라며 "경제심리가 꺾이지 않도록 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지금은 소비가 경기를 지탱하고 있지만 수출이 더 부진해지면 기업 및 가계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결국 소비회복세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좋아질 대내외 요인이 없어 성장률이 둔화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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