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 두산이 면세점 특허를 획득하면서 서울시내 면세점은 명동과 남대문·동대문·종로·용산·여의도·코엑스 등 서울 주요 랜드마크를 관통하는 '서울 면세 관광벨트'를 완성하게 됐다. 특히 기존 롯데·신라 양강구도에서 한화·신세계·두산·현대산업개발 등이 가세하는 다자간 무한경쟁 시대로 바뀜에 따라 국내 면세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 유통 핵심업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주요 관광지 잇는 '면세 관광벨트' 완성=이번 특허 선정으로 동대문과 남대문 등 서울 주요 관광 거점마다 시내 면세점이 자리하는 관광벨트가 사실상 완성됐다. 지난 7월 신규 면세점을 포함해 시장·패션몰·청계천 등과 연계되는 동대문, 전통시장·남산타워를 잇는 남대문, 한강과 63빌딩 인프라를 보유한 여의도, 국립중앙박물관·용산가족공원 배경의 용산 등 서울시내 주요 관광 거점으로 면세점이 일제히 확대된 것. 국내 최대 관광지인 명동, 4대 궁궐과 인접한 종로, 남산과 인접한 장충동, 종합전시장·도심공항터미널·쇼핑몰 등을 갖춘 코엑스 등 기존 면세점 입지까지 고려할 때 서울 주요 명소마다 근거리에 시내 면세점이 위치하며 '관광 한국'을 이끌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국내 관광이 주로 쇼핑에 의존해온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시내 면세점의 변화는 관광 산업의 저변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이번 특허는 외국인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남대문과 동대문에 맞춰져 '외국인 관광 확대'의 기치를 더욱 높이게 됐다. 양대 지역 내 면세점을 주축으로 4대문 안 도심 관광을 활성화해 외국인이 더 찾고 다시 방문하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와 관련, 신세계는 도심에 각종 관광 프로그램을 지원할 경우 예상경제유발 효과가 7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두산은 향후 5년간 1,300만명의 외국인들이 신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대문을 찾는 외국인관광객 수는 연간 710만명으로 1위인 명동 지역의 80% 수준이지만 지출액은 명동의 30%에 불과해 특화된 상품력이 더해진다면 '동대문 르네상스'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면세점 사업 무한경쟁 시대로…유통 선도업종 부상할 듯=면세점 접근이 쉬워지면서 면세점 사업의 진화와 경쟁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업체들은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쇼핑과 문화·이야기·재미 등 '라이프 스타일'의 면세점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한다. '유통업의 꽃'으로 부상한 면세점을 중심으로 업계의 진검승부가 펼쳐지게 된 셈이다.
면세점이 콘텐츠 경쟁에 주력할 경우 엔화 약세 등의 여파로 일본 등지로 이탈했던 유커들이 다시 한국을 찾는 주요 수단도 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국내 면세 산업의 변화는 상품 디스플레이에 치중해온 글로벌 면세 산업에서 경쟁우위로 이어지며 면세업의 신한류를 열게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항 면세점 대신 시내 면세점에 주력하는 방식은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이미 경쟁국인 중국·일본이 잇달아 모방하며 국내 관광의 독특한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했다"며 "기업들이 국가나 지자체를 대신해 주요 관광지구의 발전안과 상권 부활 등을 주도하는 '쇼핑 한국'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로 롯데·신라 양강구도인 면세업 지형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점유율 50% 이상인 롯데가 업계 3위인 월드타워점을 잃은데다 저력 있는 유통기업들이 주요 관광지구를 무기로 총력을 펼친다면 점유율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내 면세점이 9개로 늘어나게 되면 4%대의 낮은 영업이익률은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이익을 내기 힘든 면세사업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기보다는 경쟁력을 함양할 판을 조성하고 외국처럼 거리의 중소점포에 면세 기능을 확대하는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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