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테스트는 대상에 불안과 위협적인 상황을 주고 안정성을 검증하는 작업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쏟아붓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은행은 경영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경제지표가 아주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했을 경우의 안정성을 검증하고 필요하면 자본을 더 채우도록 했다.
금융기관뿐 아니라 가계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파산한다. 미국의 개인 파산자 중에는 소득이 높은 맞벌이 부부가 많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일 때는 소득이 높으므로 좋은 지역에 거주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곳에서 자녀를 공부시키고 소비 수준도 높게 유지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실직이나 이혼을 하게 되면 소득이 급감한다. 반면 소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데 이를 빚으로 메우려다 실패하게 된다.
가계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닥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평가해봐야 한다. 우선 실직 등으로 소득이 없어지게 됐을 경우다. 모아둔 자산도 없고 자녀는 해외에 가 있는데 부채가 1년 소득의 곱절이라면 이 가정은 한순간에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순자산이라는 완충장치도 없는데 지출 수준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면 소득이 단절될 때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이어 가계의 대차대조표에 충격이 왔을 때다. 자산 항목에는 주택이나 금융자산이 있고 부채 항목에는 대출금이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이어서 금리가 상승하는 만큼 이자 부담이 커진다. 대출 금리가 2% 수준에서 6~7%대로 급등한 상황에서 집값이 절반으로 하락했을 때 소득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평가해봐야 한다. 대출 만기가 다가왔을 때 일시 상환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볼 지점이다. 가계부채의 불안정성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가계 구성원의 질병이나 사고로 돈이 나가게 될 경우다. 만일 감당하기 어렵다면 보험을 통해 어느 정도 대비를 해놓아야 한다. 보험은 비용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풋옵션을 사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가계는 최근 10년 동안 자산과 부채를 크게 늘렸다. 앞으로 금리와 주택가격이 변동하고 저성장과 구조조정 등으로 소득이 단절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이 갑자기 일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계도 최악의 상황에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지출 축소나 순자산 확대 등의 대응책을 세워보는 것이 좋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