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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금융당국이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수출입은행에 긴급 자본 수혈을 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공기업 주식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에 대해 5,000억원을 추가 출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산은은 연내에 출자를 마친다는 방침 아래 보유 중인 공기업 주식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산은이 가진 공기업 주식을 수은에 현물 출자하게 되면 '불용 자산'으로 유동성이 개선되지는 않지만 자본 규모가 커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산은이 보유 중인 공사 주식은 한국전력과 한국관광공사 등으로 지난해 말 현재 지분율은 각각 29.93%(장부가격 16조446억원), 43.58%(3,373억원)이다.
이번 수은에 대한 증자는 지난달 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국과 금융기관 간 회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출자에는 수은의 최대주주인 정부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의 건전성 악화는 이미 여러 차례 질타를 받아왔다. 실제 수은은 올해 들어서만 경남기업·SPP조선·성동조선 등 구조조정 이슈가 속출하면서 자산 건전성이 계속해서 악화된 데 이어 대우조선해양에 1조6,000억원을 신규로 대출하면서 악화일로에 있다. 이덕훈 수은 행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현물출자가 1조원 이상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올해 9월 말 기준 수은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0% 아래로 떨어지면서 국내 은행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0.50%에서 올해 6월 말 10.13%로 하락했고 다시 3개월 만에 0.69%포인트가 더 빠져 9.44%까지 추락했다. 올 들어 기록한 낙폭인 1.06%포인트는 국내 은행 중에서 가장 크다. BIS 비율이 한자릿수를 기록한 것도 수출입은행이 유일하다.
수은은 과거에도 산은으로부터 1999년·2011년 두 차례 현물 출자를 받은 바 있다. 2011년의 경우에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BIS 비율이 하락하면서 산은(당시 정책금융공사)이 한국도로공사 주식으로 수은에 1조원 규모의 현물 출자를 했다. 현재 산은의 수은에 대한 출자 잔액은 1조1,500억원이다.
수은에 대한 정부 출자는 꾸준히 이뤄졌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1999년에 각각 8,049억원, 8,000억원에 이어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6,500억원, 2009년 1조500억원을 넣은 데 이어 2011년과 2012년에도 1조1,000억원, 8,793억원의 출자가 이뤄졌다.
정부 출자가 급증하면서 수은은 2014년 1월 법을 개정해 수권자본금 한도를 종전 8조원에서 15조원으로 대폭 상향하기도 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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