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흠(사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올해 시련의 계절을 보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합병이 무산된 데 이어 올해 3·4분기까지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내며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까지 몰렸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이 실시할 계획인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해 일단 급한불은 껐다. 하지만 직원들을 대상으로 1개월 무급휴직까지 실시하는 등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사장이 꺼낸 카드는 '내실'이다. 내년 사업 전략을 "확장이 아닌 이익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사장은 16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예전에는 확장을 위해 경쟁력이 없는 분야에도 들어갔는데 앞으로는 강점 분야 중심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마켓셰어(시장점유율)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썼지만, 앞으로는 '잘 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목표치도 내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내년 영업이익 2,280억원을 달성해 턴어라운드의 해로 만들겠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박 사장은 이날 말레이시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나스로부터 수주한 총 1조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언급하며 "우리 가격이 알려졌는데도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기술력에는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바이오 분야에서도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주 경험이 있어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과 합병 재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박 사장은 "아직은 유가가 낮고 해양 플랜트에 대한 수요가 적은 상황"이라며 "현재 전혀 논의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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