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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앤] '테마형 거리' 품은 복합쇼핑몰, 발길 끊이지 않네

1930년대 종로·60~80년대 명동 재현한 '서울서울3080'

롯데월드몰 서울3080 스트리트3
1960∼1980년대 상영됐던 영화 포스터.
롯데월드몰 서울3080 스트리트2
1970∼1980년대 명동 상회를 재현한 모습.
롯데월드몰 서울3080 스트리트
1980년대 부대찌개 가게를 형상화한 모습과 그 앞에 놓인 뻥튀기 기계.
롯데월드몰 서울3080 스트리트2
1930년대 종로와 1960∼1980년대 명동 거리를 옮겨온 롯데월드몰 테마 스트리트 '서울서울 3080'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두어 사람이 지나면 꽉 찰 것 같은 골목길에 들어서자 전봇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소변금지'라는 검은색 글씨를 보니 술이 거나하게 취해 민망한 뒤태를 보이며 '실례'를 범하고 있는 아무개 씨의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전봇대 옆으로 이어지는 담벼락에는 '마음의 행로' '내일을 향해 뛰어라' 등 1950∼1970년대 영화 포스터가 줄지어 붙어있다. 귓가에는 '찹쌀~떡'을 외치는 정겨운 아저씨 목소리가 들린다. 골목을 빠져나오니 1930년대 서울 종로 거리가 펼쳐졌다. '비너스 의상실' 등 이색 간판과 건물 외형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잠깐의 시간 여행을 허락해 준 이곳은 잠실 롯데월드몰 5∼6층 식당가에 자리한 테마거리 '서울서울 3080'. 국내 최초 영화관인 '우미관'과 최초 백화점인 '화신백화점' 등 유명 건축물을 형상화해 1930년대 종로 거리를 재현했고,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명동의 거리를 옮겨와 중·장년층 및 노년층의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한다. 자신이 태어나기 수십 년 전의 이색 풍경에 20대 젊은이들은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리기 바빴다. 대학생 박현주(23)씨는 "밥 먹으러 왔다가 볼거리를 덤으로 즐기고 간다"며 "식당만 줄지어 늘어서 있는 일반 식음료 공간과 달리 먹으며 즐길 곳이 많아 남달랐다"고 말했다.

'서울서울 3080' 등 테마거리가 복합쇼핑몰 흥행요소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실제 거리 풍경을 그대로 실내로 옮겨온 듯한 이 '테마 스트리트'는 단순히 먹고 물건을 구매하는 '1차 쇼핑'에서 나아가 다채로운 문화를 즐기는 '놀이터'가 되면서 고객 집객 효과를 높이는 핵심 카드라는 평가다.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활용해 촬영, 개인 SNS에 '인증'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구전 효과도 만들어 낸다.

'테마형 거리'는 일본에서 먼저 유행했다. 일본 대표 관광명소인 '요코하마 라멘박물관'이 대표적 사례다. 라멘의 역사와 조리과정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음은 물론 실제로 라멘을 사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즐비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 바로 지하 1·2층에 만들어진 라면 거리다. 1950년대 일본 거리를 재현한 곳으로, 당시 극장·우체국·상점 등이 자리해 찾는 이들에게 시간 여행을 선물해 준다. 하네다 공항 4층에 있는 '에도마켓'도 테마 거리 중 하나다. 에도시대의 상점가를 그대로 옮겨와 옛 일본 모습을 보려는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잠실 롯데월드몰도 이를 벤치마킹해 실내 몰을 단장했다. 롯데월드몰을 운영하는 롯데자산개발 김창권 대표는 "서울서울3080(5∼6층)등은 단순히 식음료 브랜드를 열거해놓는 것이 아닌 볼거리·체험거리가 많은 명소가 될 수 있도록 기획한 결과물"이라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한국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노스탤지어를 콘셉트로 꾸미고 우리나라 전국 8도 맛집을 한자리에 모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월드몰 3층의 '홍그라운드'는 젊음이 생동하는 홍대 거리를 그대로 옮겨 온 테마거리다. 홍대에서 인기가 많은 '부탄츄' '아비꼬' '카모메' '코코로벤또' 등 홍대 인근 이름난 맛집이 그대로 들어와 있다. 매장 밖 곳곳에서 펼쳐지는 버스킹(길거리 공연)은 홍대 느낌을 더욱 살려준다.



시간 속으로 사라진 골목길을 발굴해 옮겨 놓은 '서울서울 3080'은 중장년층에게 과거의 향수를 선사함은 물론 젊은 고객들에게는 서울의 옛 모습을 상상해 보는 재미를 준다. 입구부터 고객을 반기는 전차, 추억의 빨간 공중전화박스, 극장 포스터, 인력거 등 그 때 그 시절 대표 상징물을 대거 배치해 실제 골목길을 걷는 듯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먹거리도 그대로 재현했다. 60년 넘게 대를 이어 온 원조 맛집 '오뎅식당' '한국집' '사리원'은 물론 옛날 대표 주전부리였던 붕어빵, 호떡 등을 파는 브랜드를 상당수 유치했다. 옛 거리의 흥을 돋우기 위해 주말이면 시대를 풍미한 '쎄시봉' 모티프의 포크 콘서트도 펼쳐진다.

'29스트리트'는 롯데월드몰 내 가장 이국적인 테마거리다. 롯데월드몰의 번지수에서 이름을 따 온 이 길은 전 세계 다양한 문화와 먹거리를 모았다. 젊음·매혹·휴식을 콘셉트로 갖가지 디자인 카페와 편집 매장을 한 데 집결시켰다. 벤치에 앉아 하늘 분수, 바닥에 펼쳐진 초록색 인조 잔디를 바라보며 들려오는 새 소리로 쇼핑에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하는 이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영국 런던에서 출발, 미국·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 지점을 둔 '하드록카페'는 젊은 층에게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수시로 록 공연이 펼쳐지고, 록 뮤지션의 갖가지 애장품이 전시돼 있다.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점포나열식에서 체험형 시설로 바꾸고,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을 실내로 끌어온 이 같은 '테마형 거리'는 복합몰 새 수요 창출에도 한 몫한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집객 효과가 눈에 띈다"며 "서울서울 3080에 위치한 이성당카페의 경우 11월 기준 일 평균 구매고객이 800여명에 이르고, 오뎅식당의 주중 점심시간 대기자도 40명을 웃도는 등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이어 "테마형 거리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오는 19일부터 내년 1월 17일까지 5∼6층 테마 거리에서 1980년대에 유행했던 DJ뮤직박스를 재현해 사연과 신청곡을 소개해주는 오픈 라디오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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