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다시 불붙은 ‘환율 전쟁’에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IMF는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를 둘러싸고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IMF의 최고 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10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와 경쟁적 통화 가치 평가 절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확인한다“고 밝혔다.
또 ”(각국이) 정책 기조를 신중하게 조정하는 동시에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과도한 시장 변동성과 부정적 파급 효과를 제한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12월로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자 시간을 벌게 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속속 내리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자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까지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지난달 중순 이후 인도, 대만, 파키스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줄줄이 내렸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까지 추가 양적완화를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자 IMF가 ‘경쟁적 통화 완화를 하지 말자’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주춤했던 금리 인하 조치가 재개된 것은 세계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해 ”회복이 지속되고 있으나 성장세가 완만하고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며 ”세계 경제 전망에서 위험 요인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 경기 회복세는 다소 개선되겠지만 근본적으로 생산성 향상이 미약하고 신흥개도국은 원자재 가격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성장 전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6개월 전 회의에서 선진국 경제 성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신흥국의 경우 원자재 가격 하락, 수출 감소 등으로 경제 활동이 다소 약화됐지만 건전화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한 것보다 후퇴한 경기 진단이다. 이번 IMFC 회의에서 특히 주목받은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공조와 신흥개도국의 금융 불안 대처 방안이었다.
IMF는 ”많은 신흥국이 어려운 금융 여건, 자본 유입 둔화, 민간 외화채무 증가에 따른 환율 압력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추가 하락하면 저소득국이 대부분인 원자재 수출국의 경제 성장 전망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신흥국이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충격 완충장치(buffer)로서의 환율 유연성을 확보하고 적정한 거시건전성 조치와 자본 유출입 관리조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번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IMF는 각국의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IMF는 ”선진국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 등 노동공급과 노동수요 진작, 혁신 강화, 서비스 부문 투자에 있어 자원 배분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어 ”신흥국과 저소득국은 기업 환경·제도·거버넌스 개선, 교육·인프라 갭 해소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소득 수준을 높이고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IMFC 회의는 내년 4월 15∼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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