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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HMMR) 사무동 건물에서 만난 최동열 생산법인장은 자리에 앉아 몇 마디를 나누다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러시아 루블화 환율과 국제유가 관련 그래프를 확인했다. 최 법인장은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어제 유가가 소폭 오르면서 루블화 가치도 소폭 절상됐다"며 "전 직원이 관련 앱을 이용해 루블화와 유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불안요소도 있다. 바로 환율이다. 러시아의 주력산업인 정유업은 국제유가 약세로 부진을 겪고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연초와 비교해 30% 가까이 절하됐다. 이로 인해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할수록 손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러시아법인의 현지 부품 수급률은 46%로 54%의 부품을 해외에서 사오고 있어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 현대차 러시아법인은 지난해 카자흐스탄(16만대), 우즈베키스탄(13만대), 우크라이나(9만대), 아제르바이잔(4만대) 등에 생산차량을 수출했다. 하지만 올해는 환율 악재 및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이마저도 원활하지 않다.
이 때문에 현대차를 비롯해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업체들은 올해 들어 일제히 차량 가격을 인상했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아브토바즈는 올해 총 네 차례 가격을 올렸다. 차값은 연초보다 15%가량 비싸졌다. 폭스바겐은 '폴로' 가격을 13%, 르노는 '로간'을 6% 인상했다. 현대차도 30% 정도 가격을 인상했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인 전망은 어둡지 않다. 5~6년 주기로 러시아 시장이 바뀌기 때문이다. 최 법인장은 "러시아 시장은 2008년 위기가 끝난 후 2009~2012년 최고 294만대로 수요가 늘어나는 등 5~6년 주기로 수요가 등락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러시아 시장 여건이 1~2년 안에 갑자기 좋아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고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전략을 짜고 그에 맞게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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