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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는 사람들은 태도과 행동이 일치하기를 원하고 만일 불일치 상태가 되면 내적으로 갖고 있는 태도를 행동에 맞추어 바꾸게 된다는 '인지부조화의 원리'를 발표했다.
합리적 투자자는 100세 시대에 축복 받은 장수를 위해서는 노후생활에 충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은퇴자산도 원리금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투자형 자산을 보유해 기대수익을 높여야 하는 과제에 당면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여전히 잃지 않는 투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투자형 자산을 운용해도 결국에는 손실을 보고 말 것이라는 인지부조화를 겪고 있다. 이는 미래의 충분한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 다른 인지부조화는 본인의 목표를 다른 사람들의 목표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재정상황·투자기간·필요비용 등이 모두 다르다. 평소의 생활 수준을 감안한 노후생활비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유산상속 문제, 현재의 연봉 등이 목표를 수립하는 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친다. 투자성향이 공격적인 투자자라도 현재의 재정이 충분하고 필요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라면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 수준이다. 반면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1.7~19.4%로 국민연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그나마 40%의 명목대체율은 40년간 국민연금을 납입했을 때의 목표 수치라고 하니 실질 소득대체율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한도가 지난 7월부터 조정된 것도 고령화 진행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과 저금리 현상의 장기화 현상이 반영된 결과다. 투자를 통한 원금손실보다 노후생활비의 부족이라는 위험을 더 크게 느낀 셈이다.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은퇴자산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은퇴자산은 꼭 필요한 자금이니 안전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 기존의 인식이다. 반면 100세 시대의 위험은 안전하게 운용할 경우 은퇴생활비가 부족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한 해답으로 무조건 투자형 자산을 운용할 필요는 없다. 자산이 사용되는 목적과 목적 달성을 위한 환경요소를 고려해 스스로의 투자위험 감수 능력을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 현상(foot in the door phenomenon)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한 번도 투자형 자산을 운용해보지 않은 투자자에게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은 부담이 된다. 조금씩 투자형 자산을 늘려나가면서 지식과 경험을 쌓아봐야 한다. 투자는 꼭 손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인지부작용을 해소할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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