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들은 내년 투자 목표수익률을 5%대로 비교적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있는데다 국내 경제 상황이 내년에도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α'를 뛰어넘는 고수익을 올리기에는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의 설문에 응한 100명의 PB 중 절반을 넘는 52명이 5~7%대 목표수익률을 거둔다면 내년에는 성공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25명은 3~5% 정도로 시중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응답자의 4분의3 이상이 7% 이하의 중수익을 목표로 세우는 것이 내년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전략을 마련할 때 합리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김대희 신한금융투자 PWM 라운지 영업소장은 "내년 국내 기업의 수출부진이 이어지고 소비회복도 어려워 보인다"며 "이러한 환경에서도 안전자산과 금리형 상품을 적절하게 운용하면 5% 정도의 수익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는 주식과 해외펀드가 꼽혔다. 반면 부동산과 원자재에 대한 투자는 피해야 하고 채권과 예적금도 현재보다 투자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년 비중을 늘려야 할 자산'으로 전문가 69명(복수응답)이 주식을 꼽았다. 미국 금리인상이 단행된 후 단기 조정에 따른 주가 하락을 매수시기로 잘 이용한다면 보다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진 유안트증권 W프레스티지 강북센터장은 "금리인상 이후 단기 낙폭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매매에 나선다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비중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비과세 해외펀드 상품이 출시되는 만큼 투자비용 감소에 따른 성과 개선이 예상되는데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이나 일본·중국 등은 여전히 추가 양적완화 등 경기부양 카드를 만지고 있다는 점도 해외펀드 투자에 긍정적이라는 것이 PB들의 설명이다.
반면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부정적이었다. 최근 2~3년간 집중된 아파트 공급 폭탄은 내년 이후 부동산 시장에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및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등의 이슈로 채권 투자비중도 현재보다 낮추고 여전히 원자재 직접투자도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PB들은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자가 월수입의 일부를 금융상품에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적으로 연금형 상품과 펀드·주식에 각각 20% 이상을 투자하고 보험과 적금·현금 비중은 10%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일부 PB들은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PB는 주식과 펀드·현금 등 적절한 분산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자세를 견지했다.
반면 여윳돈이 있어 거치식으로 투자한다면 주식 및 펀드와 함께 현금성 자산 비중을 20%로 유지하고 채권과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비중을 10%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형우 신한금융투자 압구정센터 PB는 "미국 금리인상 등의 악재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완화라는 호재가 섞여 여전히 대외환경이 불확실하다"며 "단기와 중기·장기 등 기간별로 나눠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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