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승승장구했던 일본 펀드가 휘청이고 있다.
일본 펀드는 올 한 해 주가변동에 따라 수익률은 등락을 거듭했지만 자금은 꾸준히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본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 최근 들어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환율과 일본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이 일본 증시흐름을 결정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국내에서 운용 중인 51개 일본 투자펀드에서 총 15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유출액의 절반인 80억원이 최근 1주일 사이에 빠져나갔다.
성과도 부진하다. 일본 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3.72%로 닛케이225지수 하락률(-3.0%)을 밑돌고 있다. '삼성일본중소형FOCUS증권자투자신탁UH[주식]'과 '미래에셋다이와일본밸류중소형증권자투자신탁1(UH)(주식)'만이 플러스 수익률을 냈을 뿐 나머지 펀드들은 모두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장에서는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본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일본 펀드는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심화로 증시가 여러 차례 부침을 겪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자금이 유입돼왔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 증시가 급락해 일본 펀드의 수익률이 한 달 동안 10%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때도 일본 펀드로의 자금유입은 1,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일본 펀드는 올해만 7,893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유럽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유입 규모가 컸다.
전문가들은 일본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시작된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일본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본 펀드는 지난 3·4분기 수익률이 저조했을 때도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다"며 "최근의 유출 양상은 수익률에 대한 실망보다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발동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환율과 일본 정부정책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중앙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는 현재로서는 힘들 수 있지만 추경 집행, 법인세 인하, 중소기업 세제혜택 등 다양한 정부정책이 예고된 만큼 예정대로 집행된다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내년 4월부터 32.11%인 법인세율을 29.97%로 인하할 예정이고 소비증가를 촉진할 약 34조원 규모의 추경을 내년 1·4분기에 편성할 예정이다.
임승관 KB자산운용 인덱스운용본부장은 "엔화약세와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증시 하락세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닛케이225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1만8,000~2만포인트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에 대한 투자는 금리인상 이후 일본 경제상황을 살펴본 후 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자체는 내년 상반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보이며 내년 3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두 번째 금리인상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투자는 4월 이후 내수소비재와 중소형주 등 정책 효과가 예상되는 곳이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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