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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 갑자기 거액손실 반영 ‘회계절벽’ 기업 속출

[앵커]

지난해 숨겨오던 3조원대 손실을 한꺼번에 실적에 반영해 논란이 된 대우조선해양 이후 대우건설을 비롯해 여러 대기업에서 잇따라 대규모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부상 이익을 내던 기업이 갑자기 거액의 손실을 기록하는 현상을 ‘회계절벽’이라고 하는데요. ‘회계절벽’ 현상에 대해서 이보경기자와 얘기나눠보겠습니다.

[앵커]

회계절벽이 만연해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거액 손실 반영으로 이슈가 됐는데요. 이같은 현상은 대우조선해양 뿐만아니라 제조업 전반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공인회계사회·회계기준원이 공동으로 구성한 ‘회계투명성 제고 태스크포스’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한 차례 이상 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한 분기에 떨어낸 기업이 36곳에 달했습니다. 국제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한 조선·중공업·건설 등 수주업종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들여다보니 이것이 비단 수주업종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었습니다. 수주산업 뿐만아니라 철강·항공·전기전자·통신·가스 업종 대표 기업도 포함됐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특히 현대중공업·한국전력공사·KT·대우건설·GS건설 등 5개사는 한 분기에 5,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한꺼번에 처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G)

/몇가지 사례를 준비해봤는데요. 화면을 보시면요. 이것이 분기별 영업이익인데요. 대우건설은 2013년 매분기 1,0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하다가 4분기에 5,783억원의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KT도 2,000억원 안팎의 흑자 행진을 이어가다가 2013년 4분기와 2014년 2분기에 각각 2,000억원대와 9,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분기마다 조 단위의 손실과 조 단위의 이익이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같은 회계절벽이 빈번히 나타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기자]

‘회계절벽’에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요. 하나는 수주산업의 관행입니다. 조선·중공업·건설 등 수주기업은 공사를 하나 수주하면 마무리하기까지 몇 년이 걸립니다. 이 때문에 수주액에 주먹구구식으로 산정한 공사진행률을 곱해 분기 실적을 산출합니다. 이때문에 공사가 끝날 때까진 분기별 손실과 이익도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형태는 손실 은폐를 위한 이른바 ‘빅배스(Big Bath)형’인데요. 주가 부양이나 투자 유치 등이 필요해 좋지 않은 실적을 당장 발표하기 어려울 때 손실을 일정기간 동안 숨겨 두고 모아 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 반영하는 일종의 편법입니다. 빅배스형은 고의적인 회계조작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편법이어서 범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앵커]

회계절벽 큰문제로 보이는데요. 금융당국에서는 해결책을 준비하고 있나요?

[기자]

지난달 28일 금융당국에서 회계방식을 대폭 손질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사업보고서에 공사진행 상황 등을 자세하게 담아 회계 투명도를 높이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수주산업의 경우 사업기간이 길어 사업 도중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는데, 그동안 초기 공사 대금 등을 기초로 회계 작성을 해오다보니 나중에 한꺼번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매출액 대비 5% 이상 수주계약 사업의 경우 사업진행률과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금액 등 주요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분기별로 공사금액 등을 재산정해 변동내역과 이에 대한 충당금 적립내역 등을 꼼꼼하게 알려야 합니다. 또 회계처리를 잘하고 있는지 내부적인 감사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검증해야 하고요. ‘핵심감사제’가 도입돼 외부 감사인들은 감사보고서에 감사 결과를 ‘적정’, ‘부적정’과 같은 단문이 아닌 서술형으로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앵커]

이같은 발표에 대해 업계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인데요. 여러 기업들에서는 이런 거액의 손실이 어쩔 수 없는 수주산업의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충당금이 급등해 비용부담 증가로 단기적으로 큰 실적 악화까지 우려된다는 반응입니다.

그렇지만 불법성이 없었다고 해도 회계절벽은 투자정보 왜곡이란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습니다. 회계절벽이 반복되면 선량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고 회계신뢰성 자체가 흔들려 궁극적으로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계방식 개선이 산업계의 회계관행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돼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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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경 기자 SEN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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