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에서 지배구조 수술을 위해 또 한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 사업의 핵심인 일본 롯데의 상장을 추진하면서 ㈜롯데는 한국 롯데제과 지분매입을 늘린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완성,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싸움에서 완벽한 승리를 이루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동빈 회장은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내년 상반기 증시에 상장한 후 일본 롯데 상장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의 엄정한 감시를 받는 것이 기업 체질 강화와 지배구조 확립에 플러스가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날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제과의 공격적 지분매입을 단행했다.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제과 지분 7.9%(11만2,775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총 예정 매수금액은 최대 2,594억원이며 주당 매수가격은 230만원이다. 앞서 일본 롯데는 지난 10월 말에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롯데제과 지분 2.1%(2만9,365주)를 사들인 바 있다. 이번 공개매수 물량까지 더하면 일본 롯데의 지분율은 10%로 롯데알미늄(15.3%)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 상장' 발언과 우선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신 회장의 평소 지론을 실천하기 위한 의지로 해석된다. 동시에 이뤄진 일본 롯데의 한국 롯데제과 지분매입은 '한일 양국 제과기업의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보다 큰 시각에서 바라보면 신동빈 회장과 일본 롯데의 움직임은 1년여가 넘는 오랜 기간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을 견제하고 분쟁을 최종 승리로 이끌려는 성격이 짙다.
일본 롯데의 한국 롯데제과 지분매입도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 순환출자 구도에서 롯데쇼핑과 함께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제과→롯데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고리와 '대홍기획→롯데제과→롯데리아→롯데정보통신→롯데쇼핑→대홍기획'으로 이뤄진 고리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또 주요 계열사 지분도 상당히 확보하고 있어 롯데제과 지분을 늘리면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된다.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18.3%)와 롯데푸드(9.3%), 롯데쇼핑(7.9%), 롯데리아(13.6%), 롯데로지스틱스(4.6%), 코리아세븐(16.5%) 등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신동주 전 부회장도 쓸 수 있는 반격의 카드가 남아 있어 신동빈 회장의 최종 승리를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롯데제과의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4.0%)과 신 총괄회장(6.8%), 신 전 부회장에게 우호적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2.5%) 등도 13%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이 같은 지분을 등에 업고 신동빈 회장이 추진 중인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안을 훼방 놓을 수 있는 구조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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