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결정에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모처럼 급등했다. 한층 높아진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과 삼성그룹의 지원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유상증자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이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키고 빠른 턴어라운드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을 회생시키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계열사 물량 수주 등을 통한 실적개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반면 업황이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 수 증가에 따른 가치 희석을 감안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전일보다 13.98%(1,950원) 급등한 1만5,9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3일 1만3,7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이날 장중 1만7,85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참여로 한층 높아진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이 반영된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이달 7일 공시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 이 부회장이 최대 3,000억원의 사재를 들여 실권주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1~2대 주주인 삼성SDI(13.1%)와 삼성물산(7.8%), 여기에 우리사주조합(20%)과 이 부회장(최대 25%)의 유상증자 참여를 가정하면 유상증자 1조2,000억원 중 약 66%를 확보하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대부분 이 부회장의 참여가 주가는 물론 침체된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는 굿 뉴스"라며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 빠른 턴어라운드를 위해 계열사 물량의 수주가 집중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물량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증자로 주식 수가 현재 4,000만주에서 1억9,600만주로 5배로 늘어나 주당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여기에 유가하락에 따른 글로벌 플랜트 시장 위축으로 빠른 영업회복 가능성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를 측정하고 주가 예측을 위해서는 좀 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목표주가를 종전 3만8,200원에서 1만원으로 낮췄다.
한편 올해 8월만 해도 지분 3.97%를 보유해 3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의 경우 최근 주식 보유 비중이 크게 감소해 이번 유상증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의 삼성엔지니어링 보유 지분율은 1% 미만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10월 삼성엔지니어링이 3·4분기 1조5,127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발표한 후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해 지분율을 1% 미만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측은 "기금 이익에 부합하는 선에서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현섭·박준석기자 hit812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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