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3,000억원대 한국GM 지분(17.02%)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당국의 비금융 자회사 매각 방침에 따라 3년 안에 한국GM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하지만 실제 산은이 쓸 수 있는 매각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산은 안팎에서는 한국GM 지분 매각이 마치 난해한 고차 방정식을 푸는 것 같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내년도 사업계획에 담을 한국GM의 지분 매각 방식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해당 지분을 3년 안에 매각한다는 방향만 서 있을 뿐 실제 이를 실행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산은이 한국GM 지분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권이 없는 소수 지분이라는 점이다. 산은은 현재 한국GM의 2대 주주로 지분 17.02%를 보유하고 있다. GM인베스트먼트 등 GM 계열사가 76.9%, GM의 중국 내 사업 파트너인 상하이자동차가 6.0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산은은 GM이 지난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2017년 10월까지는 보유 지분(17.02%)을 매각할 때 경쟁업체에 팔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산은은 사모펀드(PEF) 등 제3자에게 한국GM 지분을 얼마든지 매각할 수 있다. 하지만 PEF 입장에서 한국GM 지분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아니다. 한국GM의 경영권은 최대주주인 GM이 갖고 있고 배당마저 거의 없어 투자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한국GM의 경영실적이 악화된 점도 지분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1,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한국GM은 올해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곳은 한국GM이 유일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국내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한국GM의 재무구조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격을 깎으려 할 것"이라며 "신속한 매각도 중요하지만 산은이 장부 가격 아래에서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산은은 GM 측이 지분 인수를 밝히더라도 최근 악화된 재무구조를 먼저 개선하지 않으면 지분을 팔지 않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반발과 지역 경제 위축 가능성도 부담이다. 한국GM 노조는 산은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2010년 GM과의 협상을 통해 확보한 비토권이 사라질 수 있다며 지분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산은 지분이 사라지면 GM이 한국 시장 철수와 같이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렸을 때 반대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GM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인천·군산·창원 등의 지역 경제가 위축될 수 있고 고용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이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매각 방침을 밝힌 만큼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지만 여러 제약 요인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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