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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설립 33돌을 맞은 한세실업은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나이키·갭·랄프로렌 등 세계적인 브랜드에 연간 3억장이 넘는 옷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 1,000만달러를 달성했던 지난 1987년 관리직 30명, 생산직 270명 규모였던 이 회사는 당시에도 대졸 초임이 35만원 수준으로 대기업과 비슷했다. 지금은 서울 본사 700여명과 해외 생산기지,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약 5만7,000명이 근무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에는 우수 인력 채용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전 직원의 오너십 공유를 통한 인재 경영 철학이 있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특히 지속적인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조직에 생동감을 불어넣겠다는 김동녕 회장의 의지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현재 한세실업 본사 직원 700여명 가운데 40대 이하의 젊은 직원이 572명으로 전체의 80%를 넘는다. 연봉에다 영업이익에 따른 인센티브, 복지수당까지 합치면 5대 그룹 연봉 수준에 육박한다. 이용백 부회장은 "조직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위해 팀장제를 도입하고 소통을 위해 조깅 미팅과 모닝 데이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입사 1년 후부터 전 직원에게 해외 생산법인에서 근무할 기회를 주고 회사의 성장 과실을 함께 나누는 문화가 정착되니 좋은 인재가 몰리고 회사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중견·중소기업이 한세실업과 같은 근무 환경을 갖춘 것은 아니다. 한세실업은 올 상반기 채용 경쟁률이 85대1에 달했지만 상당수 제조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게 현실이다. 노동시장의 인력 미스매치는 청년층 인구 감소, 고학력자 증가 등 노동력의 구조변화와 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노동수요 저하,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날로 심각해지는 인력 미스매치=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말 대비 올 4월 현재 총 취업자 수는 150만명 늘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취업자는 127만명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소기업 10곳 중 6곳(57.7%)은 생산인력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노민선 중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업원 10인 미만 사업장의 64.5%가 인력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10~49인 기업의 56.5%, 50인 이상 기업의 51.5%가 생산인력이 부족하다"며 "오는 2020년까지 인력수급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중소기업이 41%에 달하는 등 당장은 인력 미스매치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낮은 임금이나 미흡한 복리후생이 꼽힌다. 1994년 대비 2013년 임금 수준은 대기업이 3.4배 증가한 데 반해 중소기업은 2.76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62.2%라는 사실도 선뜻 중소기업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중소기업은 사람을 뽑아도 유지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중소 제조업 재직자의 이직률은 15%에 달하며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 근속 연수는 4.9년으로 대기업(10.7년)보다 짧다.
고학력자가 늘어난 것도 인력 미스매치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대학 진학률이 50%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7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인생의 패배자라는 주홍글씨가 박히는 낙인효과 역시 중소기업으로의 발길을 가로막고 있다.
◇노동개혁 통해 중기 경쟁력 제고해야=노동개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게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다. 하르츠 보고서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실업자 복지혜택 축소, 창업 활성화 등을 핵심으로 내세웠는데 개혁이 추진되면서 2003년 64.6%였던 독일 고용률은 2008년 금융위기에도 70.2%로 뛰었다. 지난해 말에는 73.8%에 달한다. 물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고용은 늘었지만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가 늘고 사회 안전망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층 고용률만 놓고 보면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청년 고용률은 2005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57.8%를 기록했다. 올 9월 말 현재 우리나라 청년 고용률은 41.7%다. 특히 노동개혁을 통해 '미텔슈탄트(Mittelstand·독일의 강소기업)'로 자연스럽게 고급인력이 유입되면서 경제도약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만큼 글로벌 시장의 관점, 특히 성장하는 아세안(ASEAN) 시장을 겨냥한 과감한 노동정책이 필요하다"며 "노동요소를 관리하는 정책에서 나아가 시장을 개혁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1990년대 이후 스웨덴·독일 등 북유럽에서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는 성장촉진형 노동정책이 필요하다"며 "미취업자의 생계를 지원하기보다는 실업보험에 구직유인을 강화하는 한편 직업훈련 등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통해 취업능력을 향상시키는 '근로복지' 또는 '학습복지'를 통한 성장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못지않은 스타 중기 키우자=현재 한국의 고용구조는 중소기업이 총 고용의 85%, 대기업이 15%를 차지한다. 고용의 연간 증가율은 중소기업이 5%, 대기업이 2%다. 결국 청년층의 일자리는 중소기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역발상을 통해 인력난에서 벗어난 스타 중소기업들을 벤치마킹하라고 조언한다. 규모는 작지만 적극적인 복지정책과 체계적인 인력양성을 통해 인재를 키우고 이들이 자산이 돼 회사 성장을 일구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경우다. 만 30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적인 명품 핸드백 ODM 업체로 발돋움한 시몬느가 대표적인 사례다. 버버리·마이클코어스·마크제이콥스·코치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핸드백들이 시몬느의 손을 거쳐 생산되는데 세계 명품 핸드백 시장점유율은 9%에 이른다.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에다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환경 등에 힘입어 채용 경쟁률이 100대1에 달한다. 부장급 이상 간부 사원의 임금 역시 2억원에 육박하면서 대기업 못지않은 임금을 자랑한다. 탈질촉매(SCR)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나노에는 젊은 직원들이 많다. 현재 직원 87명 중 47명이 20~30대다. 창업 당시 함께했던 젊은이들이 나노의 임원이 됐고 촉매 필터를 개발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주축이 됐다. 나노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전 임직원의 평균나이가 37.9세로 임원부터 부서원들까지 비교적 젊은 세대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회사의 주축이 돼 회사를 성장시켰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인력난에 대해 구직자의 눈높이만 탓할 수도, 중소기업 환경 탓만 할 수도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서도 "인적 자원에 대한 중소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지속적인 인재 육성 노력이 이뤄지는 동시에 정부의 종합적인 노동정책이 뒷받침돼야 일자리 부족과 경제성장률 둔화 등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정·박진용기자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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