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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팔라, 맥시마, 파일럿.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벌써 눈치챘겠지만 미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차종명이다. GM의 임팔라와 닛산의 맥시마는 준대형 세단이고 혼다의 파일럿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 차종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격전장인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차종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가솔린 모델만 있는 것도 닮았다.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디젤 차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잇따라 국내 출시된 이들 차종이 미국 시장만큼 인기를 모을 지 주목된다.
먼저 포문을 연 차는 한국GM의 임팔라다. 임팔라는 1958년 처음 출시돼 56년 동안 10세대 모델로 진화하면서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600만대가 팔린 인기 차종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차로 평가받을 정도다. 출발은 좋다. 출시 첫 달인 9월에 총 1,634대가 팔렸다. 사전 계약 물량만 8,000대가 넘어 주문 후 3개월 정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유하자면 '에쿠스'급 차량을 '그랜저'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이 임팔라의 매력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한국닛산이 지난 1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맥시마도 미국 시장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인기 차종이다. 1981년에 출시된 후 35년 간 8세대를 거듭하면서 명맥을 이어온 맥시마는 준대형 세단들이 가진 무겁고 중후한 느낌보다는 역동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강조한 것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특히 'GT-R'로 대표되는 닛산의 스포츠카 기술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워즈오토'가 14년 연속으로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한 V6 3,498㏄ VQ 엔진을 탑재해 최고 303마력의 힘을 낸다.
혼다가 기존 모델을 완전 변경해 이달 중순 출시 예정인 '올 뉴 파일럿'도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차다. 8인승 대형 SUV인 파일럿은 2003년 1세대 모델 출시 후 3세대 모델까지 10년 이상 장수하며 미국 시장에서 연평균 10만대 넘게 팔리고 있다. 대형 가솔린 SUV지만 복합연비가 ℓ당 8.9km로 우수한 편이며 혼다가 자랑하는 각종 최첨단 안전 편의 장치가 대거 장착됐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검증된 모델을 국내에 들여오는 이유는 갈수록 깐깐해지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 많은 소비자로부터 검증된 모델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전히 70% 이상이 가솔린 차량인 점도 이유다. 디젤이 대다수인 유럽이나 경차가 많은 일본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미국에서 잘 팔린 가솔린차가 인기를 끌 요인이 충분하다.
이들 차량은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맥시마는 4,370만원에 출시됐고 혼다의 올 뉴 파일럿은 5,000만원 초반대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가솔린차에 대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모델들"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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