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등 정신'을 그룹의 화두로 지목했다. 지난해부터 숨 가쁘게 이어진 그룹 사업 재편이 하드웨어의 변화라면 그에 걸맞은 조직 시스템과 문화, 일하는 방식까지 포함한 소프트웨어적 변신도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석유화학·태양광·방산·금융 등 주력 사업분야를 중심으로 국내외 1위의 위상을 이미 확보했지만 현재의 위치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경계론도 담겼다.
16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 최근 내부적으로 '1·1·1'을 강조하고 있다.
'1등 정신, 1위 사업, 일류 문화'를 뜻하는 키워드다. 김 회장은 지난달 임직원들에게 전한 그룹 63주년 창립기념사에서도 "올해는 우리 그룹에 매우 중요한 전환기"라며 "창업시대의 1등 정신을 고취시키고 질적 성장에 맞춰 1위 사업을 확대하며, 한화만의 일류 문화를 발전시키자"고 당부했다.
이는 그간의 숨 가쁜 인수합병(M&A)과 조직개편 행보에 이어 소프트웨어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화는 올 들어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의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사업 규모는 19조원(지난해 매출 기준)에 달해 단숨에 LG화학·롯데케미칼과 선두를 다투게 됐다. ㈜한화의 방산부문에 한화테크윈·탈레스가 가세하면서 방산 사업 역시 2조7,000억원 매출의 국내 1위로 거듭나게 됐다.
태양광 계열사를 통합, 올해 출범한 한화큐셀은 태양광 셀 생산량을 기준으로 전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밖에 그룹의 대표적인 금융 계열사인 한화생명이 올해 자산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점에서 김 회장은 매출 1위라는 외형에 안주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나선 것이다. "창업세대의 열정과 사명감을 되살려 개인의 의식부터 일하는 방식, 각종 제도와 시스템을 일류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M&A로 주력 사업을 키우고 비핵심 사업을 잘라내는 작업을 완료한 만큼 이제는 글로벌 선두, 업계 최고 수준의 사업 경쟁력을 노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화는 이를 바탕으로 석유화학 사업을 글로벌 5위권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성장 동력인 태양광의 경우 셀 생산량뿐만 아니라 모듈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노리고 있다. 방산 부문에서는 글로벌 선두 주자들과 아직 격차가 크지만 한화테크윈 인수로 새로 뛰어들게 된 CCTV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겨냥하는 등 M&A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 부문은 포화된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서 M&A를 통한 성장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김 회장은 최근 건강 등의 문제로 외부 활동을 삼가는 가운데 그룹이 새로 진출하게 된 면세점 사업에 각별히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고위관계자는 "최근 김승연 회장이 그룹 경영기획실을 통해 '차별화된 면세점 사업 전략'을 주문했다"며 "한강·여의도의 관광 인프라를 개발한다는 큰 그림 아래 다음달 63빌딩 면세점 개장까지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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