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는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이경섭 금융지주 부사장을 선택했다. 이 부사장은 농협 내에서 '조용한 구원투수'로 통한다. 농협금융지주 출범 직후 경영지원부장을 맡아 안살림을 챙겼고 우리투자증권 인수 후 통합추진위원장으로서 초기 잡음을 순조롭게 해결해냈다. 막히고 어려운 곳에는 어김없이 그가 나타나 붙은 별명이다.
농협금융지주는 9일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이 부사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협동조합 수익센터로서 농협은행의 위상을 되찾고 농협금융의 시너지 창출, 미래신성장 사업 추진 등 지주와 보조를 맞춰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부사장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대구 달성고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중앙회 입사 후 구미중앙지점장, 수신부 PB사업단장 등 금융 부문의 이력을 쌓았다. 지난 2012년 농협금융지주 출범과 동시에 지주로 넘어와 경영지원부장과 부사장을 맡았다.
이 부사장은 전략통으로 어려운 금융환경에서 농협은행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이 내정자는 지주 부사장 재임 기간에 금융권 처음으로 복합금융점포를 만들고 옛 우리투자증권 인수 및 농협증권과의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NH투자증권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굵직한 현안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이 내정자 선임 배경에 대해 "농협은행은 내년 인터넷전문은행, 글로벌 진출 강화, 기업 구조조정 등 변혁기를 앞두고 있다"면서 "이 내정자는 조용한 추진력을 앞세워 미래 먹거리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그가 맞닥뜨릴 은행 환경도 녹록지 않다. 특히 농협은행은 수익성 회복과 부실 채권 정리 등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농협은행의 자산은 250조원에 달하지만 3·4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316억원에 불과하다. 3·4분기 누적 순익이 타 은행의 한 분기 실적에 지나지 않는다. 체급에 맞지 않는 낮은 수익성 문제는 이 내정자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내정자는 이에 대해 "건전성 관리와 조직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기업 부실 여신도 이 내정자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TX조선해양에 대한 농협은행의 여신공여액은 9월 기준 8,012억원으로 산업은행(1조8,9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 내정자는 은행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되며 내년 1월1일부터 2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한편 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서울 중구 본사에서 파티 제펠 아문디 부사장 등 관계자들과 파트너십 위원회를 여는 등 자산운용 부문 강화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아문디는 프랑스 농협의 자회사로 위탁자산 1,240조원, 시가총액 9조7,000억원의 글로벌 10대 자산운용사다. /김보리기자 bor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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