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책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창조 정책'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균형 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대기업 골목 상권의 최대 피해자인 540만 자영업자들은 사업가인 동시에 우리 경제의 내수를 떠받치는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창조 경제를 위한 여러 정책도 내수가 뒷받침돼야 실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을 보는 관점은 국가 차원의 전략과 철학이 필요합니다."
한정화(사진) 중소기업청장은 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기업이 주도하는 장치 산업군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한국형 발전 모델이 최근 한계에 봉착한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며 "중견·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국 경제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청장은 지난 2013년 3월 취임한 후 2년 7개월 넘게 청장직을 수행하며 역대 최장수 중기청장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의무고발요청제도를 도입해 대·중기 공정거래 질서가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이런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익명고발제를 도입해도 중소기업들은 보복이 두려워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중기청은 의무고발요청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보복 조치가 있을 경우 1회만 위반해도 제재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의 신고가 활성화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칭)'를 상생법과 하도급법에 도입하는 방안을 공정위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한 청장은 "중소기업 정책이 가시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사회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높은 곳에서 공을 차는 사람과 낮은 자리에서 공을 차는 사람의 경쟁이 불공정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기 정책은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중소기업인)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제도나 규제를 통해)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특히 법률 시장에서는 중소기업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만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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