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권이다. 상권은 유형별로 역세권, 번화가, 대학가 등 불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유동인구 중심 상권과 아파트 단지 등 배후 인구의 반복적인 구매가 이루어지는 배후인구 중심형 상권으로 나눌 수 있다. 유동인구 중심 상권 중 대학가 상권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하게 존재하고 비수기 기간(방학)이 상당히 길다는 게 특징이다. 이런 상권에서 창업을 할 경우 다른 곳과는 구별되는 요건이 필요한 셈이다.
대학가 상권은 대학생이라는 소비층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철저히 대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성공도 보장된다. 업종 선택의 경우 주간 시간대와 야간 시간대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령 특성상 저녁 활동이 활발하고 불규칙한 생활이 보편적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20대 초반이 대부분이라 감성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효과적이다.
대학가 상권의 특징을 반영해 비수기를 견딜 수 있는 업종을 선정해야 하며 주변 주택가 상권의 수요도 흡수해야 한다. 친구 추천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상권으로 한 명이 열 명의 효과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고객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학 정원 수를 파악해 안정적인 상권인지를 분석하고 경쟁 업체를 파악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특성상 고객 서비스가 좋으면 찾아다니는 성향이 있기에 위치는 대로변 점포가 아니어도 무방하다.
지난 3월 30대 초반 여성이 광주 소재 한 사립대 상권에 창업을 원한다며 본사를 방문했다. 서울 소재 대학생들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 인테리어 콘셉트와 브랜드명을 바탕으로 소규모 맥주집인 스몰비어 업종을 추천했다. 창업을 원하는 점포 위치는 대학 후문 쪽이었고 후문 중심 상권에서도 한 블록 벗어난 원룸 지역이었다. 하지만 대학 재학생 수가 2만 명을 넘는데다 주변 주택가 및 원룸 밀집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상권으로 파악됐다. 점포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임대료가 중심 상권에 비해 부담이 적은 것도 다른 특징이었다.
고정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본인과 가족 1명, 아르바이트생 1명을 확보해 지난 4월 매장을 열었다. 오픈 후 점주의 뛰어난 사교성으로 동아리 리더들을 섭외해 학생 손님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학생들과 친근한 관계를 형성해 마치 가까운 친척 집에 놀러 와서 맥주 한 잔을 즐기고 가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중심 상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방학 때도 매출이 급격히 줄지 않고 월 순익 기준 700만 원 전후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모든 창업이 성공적이 될 수는 없다. 이 점주의 경우 뛰어난 사회성으로 조기에 단골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편차는 커질 수 있다. 1인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고 사교적인 성격의 젊은 예비 창업자라면 대학가 상권을 면밀히 분석하고 도전해 볼 만 하다.
/고형석 치어스 창업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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