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국회가 내년 3월 도입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는 ISA가 '만능통장'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가입이 제한되고 자금이 묶이는 기간이 긴 반면 세제혜택이 적어 자칫 '반쪽 상품'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오히려 도입시기를 늦추더라도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11일 열리는 조세소위원회를 통해 ISA 세부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ISA는 하나의 계좌를 통해 은행에서 판매하는 예·적금은 물론 자산운용사의 펀드, 증권사의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되 만기 때 투자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그 이상의 수익에 대해서는 9%의 분리과세 세율을 적용하는 상품이다.
문제는 ISA를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회 조세소위원회에 법안이 상정됨에 따라 정부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있다. 지난 8월 정부가 ISA 도입을 공식 발표한 후 금융투자업계는 까다로운 가입조건과 중도 인출 불가, 적은 비과세 혜택 등을 이유로 재형펀드나 소장펀드(소득공제 장기펀드)와 같은 '반쪽짜리'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최근 새누리당 금융개혁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금액이나 가입 기간 등 가입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업계는 우선 ISA의 의무 가입 기간이 지나치게 긴 반면 비과세 혜택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ISA를 통해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5년간 계좌를 유지해야 하고 중도 인출은 불가능하다. 다만 저소득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의무가입 기간이 3년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긴 의무가입 기간에 비해 비과세 혜택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ISA에 5년간 가입해 200만원의 투자수익을 올렸을 경우 현행보다 30만8,000원, 500만원의 수익을 올렸을 경우에는 47만3,000원의 세 감면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현재 운용 중인 소장펀드에 가입해 매달 30만원씩 360만원을 납부하면 40%인 144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아 1년에 20만원 이상, 5년 동안 100만원 이상의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다. 세금혜택이 ISA보다 크지만 의무가입 조건 탓에 소장펀드는 지난해 2,000억원 이상 자금이 몰렸지만 올해는 1,800억원이 유입돼 오히려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세금감면 혜택이 5년 동안 자금이 묶인 대가로는 부족하다"며 "소득과 관계없이 특별한 경우에 대해 중도 인출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입자격 조건이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로 한정된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소득 파악이 어려운 농·어민, 학생, 주부, 연금이나 임대 소득자 등은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ISA의 모델이 된 영국은 저축한도는 있지만 소득제한 없이 모든 영국 거주자들이 가입할 수 있게 돼 있다. 아울러 ISA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영국은 신탁과 개별 금융계좌를 따로 운영하고 일본 NISA 역시 투자계좌의 성격인 데 비해 국내 ISA는 신탁계좌로 한정돼 있어 신탁업 인가를 받지 않은 새마을금고·우체국에서는 가입이 불가능하고 금융투자상품을 주로 다루는 증권사 역시 일부만 취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요구와 달리 국회 논의과정에서 정부 안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소득이 없는 주부, 학생 대상으로 범위를 넓히기는 어렵고 농어민을 포함하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연간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는 약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ISA 도입 취지와 반대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기존 비과세 예탁금에는 농어촌특별세를 매기는데 ISA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ISA에 대해서도 농어촌 특별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내년 3월로 예정된 도입 시기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점과 ISA 도입 취지에 맞도록 필요한 논의와 보완을 거친 후에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제도가 시행된 후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태로라면 ISA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혜택이 일부에만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안에 대한 논의와 보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호·지민구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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