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29일 실적발표를 하는 삼성전자도 자사주 매입 또는 자사주 소각 등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전후로 그룹 측에 삼성 계열 상장사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했으며 3·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삼성 계열사들이 이러한 주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 계열사들이 줄줄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2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규모 중 역대 최대인 1,188억원을 취득했고 삼성화재도 27일 자사 역대 최대인 5,320억3,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확대와 함께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꼽힌다.
삼성 계열사들이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은 데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나타난 주주들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20조원에 가까운 삼성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삼성그룹에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삼성계열사 10곳의 지분가치는 총 18조7,914억원에 달한다.
IB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통합 삼성물산의 시너지 효과를 보고 합병에 찬성했지만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평가손실이 커지자 삼성 측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면서 "삼성도 구두로 주주친화 정책을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입장에서도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그룹 이미지 훼손을 만회하고 주가부양을 통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29일 내놓을 주가부양 카드에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배당확대보다는 최근 계열사들이 선택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단순한 자사주 매입보다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까지 이뤄지는 것을 진정한 주주친화 정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결정과 함께 일부 주식에 대해 소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말 기준 배당 및 자사주 매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이 176조원에 달한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배구조 핵심인 삼성전자의 자사주를 소각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는 단순한 자사주 매입보다는 소각까지 이뤄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서민우·박준석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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