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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체질을 확 바꾸는 '리브랜딩' 스포츠 업체들이 늘고 있다. 기존 노후된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상품들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정체성 찾기에 나선 것이다. 한 때 아웃도어와 SPA 브랜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스포츠 업체들이 애슬레저·스포티즘 인기에 힘입어 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스포츠 브랜드들이 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데상트 등 디자인을 강조한 스포츠 브랜드가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여기에 아웃도어 업체들까지 가세하며 스포츠 시장이 그야말로 전쟁터가 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존의 브랜드 인지도만으론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고민이 '브랜드 대수술'이라는 결정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익스트림 스포츠 브랜드를 표방했던 EXR의 경우 라이트 럭셔리 스포츠 브랜드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브랜드 리론칭 행사 이후 국내서도 순차적으로 40여개 매장을 재단장 중이다. 이날엔 EXR의 브랜드 정체성을 한 곳에서 가늠할 수 있는 4개층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 예술적 감성과 고급스러움을 더한 '뉴 EXR'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휠라코리아 역시 2020년까지 매출 2배·기업가치 2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브랜드의 전면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특명을 받고 영입된 김진면 사장과 정구호 부사장은 최근 휠라의 아웃도어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휠라의 노후화 이미지를 벗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 오는 28일엔 휠라의 리브랜딩 상품을 대대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정구호 부사장이 브랜드 변화를 보여줄 전체적인 행사장 콘셉트 및 구성은 물론 의자나 초청장, 기념품까지 직접 챙길 정도"라며 "브랜드 체질개선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루는데 전사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는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을 시도하며 정통 스포츠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애쓰고 있다. 지난 3월 시작한 브랜드 캠페인 '스포츠15'의 시리즈를 이어가며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스포츠 선수들의 스토리를 전달,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담아 2004년 론칭한 스포츠 브랜드 'EA7'도 지난 8월 국내에 상륙, 스포츠 전쟁에 합류했다. 아르마니의 패션성을 강조하면서도 기능성까지 갖춘 브랜드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스포츠 업체들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기능성뿐만 아니라 반드시 패션까지 갖춘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멋진 운동복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이는 런닝·피트니스·요가 등의 스포츠가 일상화되고, 여기에 애슬레저 등 스포티즘이 패션 트렌드로 부각된 영향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는 평소에도 요가복을 입고 다니는 몸매 좋은 여성들이 많은데 이 같은 트렌드가 국내에서도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디자인이 예쁜 운동복이 아니면 아예 외면받는 상황을 스포츠 업체들이 재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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