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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3대 도시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소비체 현대자동차 체코 공장(HMMC) 신형 투싼 의장 라인. 한 명의 근로자는 관련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고 또 다른 근로자는 부품 박스 옆에서 멀뚱히 작업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악 소리가 나오자 두 근로자는 지체 없이 신속하게 교대를 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생산 라인은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컨베이어벨트를 세우거나 하지 않았다. 페트로 바넥 체코 공장 홍보이사는 "직원들이 작은 시간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 10분 먼저 대기하고 있다가 근무 교대를 한다"며 "생산성이 높은 체코 공장만의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유럽 생산 전초기지인 체코 공장은 그야말로 '대목'이었다. 쏟아지는 신형 투싼 주문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측과 노조, 그리고 계열사가 함께 협업해 높은 효율성을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노사협력이 '작은 기적'을 일궈내고 있는 셈이다.
◇"석 달치 주문 밀려…그야말로 대목"=현대차는 11억유로(약 1조원)를 투자해 지난 2009년 체코 공장을 준공했다. 부지 규모는 221만1,000㎡(60만평)로 생산 규모는 연 30만대다. 체코 공장은 현대차가 보유한 해외 공장 중 유일하게 유럽연합(EU) 내에 있다. 이에 따라 생산된 차종 대부분은 관세 없이 독일이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수출된다.
체코 공장에서는 유럽 현지 전략 차종인 ix20과 i30, 그리고 신형 투싼을 생산 중인데 전체 물량의 60%가 투싼이다. 체코 공장은 7월 신형 투싼 생산에 들어가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독일 등 주요국에서 밀려드는 주문에 이미 석 달치 생산 일정이 다 잡혀 있는 상태다. 조재경 체코 공장 이사는 "지난달은 추석 연휴는 물론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근무했다"며 "30일 중 근무 일수가 27일 정도로 공장이 비상 상황"이라고 말했다. 체코 공장은 투싼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5월부터 시간당 생산량을 60대에서 66대로 10% 상향 조정했다. 1분에 1대 이상씩 차를 생산하고 있는 것. 이를 위해 추가로 100여명의 근로자를 고용했고 주말 특근을 실시하고 있다. 노조 역시 적극적으로 생산 물량 맞추기에 힘을 실고 있다. 조 이사는 "노조와 근로자 모두 현재 상황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최대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주재원, 근로자, 노조 협업이 품질로 =현대차 체코 공장 생산 라인은 협업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공장이 인근 현대모비스 및 다이모스 등 계열사 공장과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돼 있다. 특히 모비스에서 제작된 부품 모듈(조합)들을 공장 내로 가져와 바로 조립하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로 투싼 조립 라인 천장 부분에 연결된 컨베이어벨트에서는 모비스가 만든 엔진 및 변속기 모듈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노사가 협업하는 모습은 부품 박스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생산 라인의 부품 박스는 뚜껑을 개조해 1번 부품 뚜껑을 열지 않으면 2번 부품을 뺄 수 없는 구조였다. 종류가 수십 가지인 작은 부품들의 조립 순서를 지켜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체코공장 현지 직원들의 건의에 따라 제작됐다. 현대차 체코 공장은 이번 신형 투싼 제작에 있어서도 한국 출신 주재원과 체코 현지 근로자로 구성된 총 8개의 CFT(cross function team)를 만들어 작업자의 동작을 분석하고 효율성을 개선,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바넥 이사는 "우리가 품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유럽에서 곧 현대차의 이미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각오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코 공장은 아침마다 출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음주 및 마약 검사를 실시한다. 음주가 적발된 근로자는 퇴사 조치된다. 근로자들 역시 이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조 이사는 "시행 초기 인권침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노조가 더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체코인들 특유의 마인드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 현대차 체코 공장은 체코 기업들 중에서 유일하게 체코 최우수 품질상을 2번 연속으로 수상했다.
◇낮은 임금 집적 효과, 유럽 공략 원동력=현대차 체코 공장에서 기차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슬로바키아 질리나시에는 연 30만대 규모의 기아차 생산 공장이 있다. 체코 공장보다 앞서 완공된 이곳은 유럽 전략차 씨드를 비롯해 스포티지·벤가 등을 생산한다. 현대차 체코 공장은 슬로바키아 공장이 생산한 엔진을 사용하고 슬로바키아 공장은 체코 공장의 변속기를 받아 쓰고 있다. 두 공장 사이에 밀집해 있는 협력사들의 부품 수급 및 관리는 현대모비스가 종합 상황실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다. 유럽 내륙의 지리적 요충지지만 근로자들 임금 수준은 월 110만~130만원으로 낮은 편이다. 바넥 이사는 "두 공장 모두 유럽에서 가장 우수한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어 현대차그룹이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소비체=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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