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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많은 사람이 안된다고 하면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 이뤄낸 분입니다."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 탄신 100주년 학술 심포지엄'에서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아버지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명예회장을 "최선의 노력을 쏟아부으며 평등하게 주어진 자본금을 열심히 활용한 사람"이라며 "서구식 개인주의와 동양식 공동체 의식을 조화시키려 했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다양한 일화로 아산을 회고했다. 지난 1970년대 초 현대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조선소를 건립하던 당시 차를 타고 가다 방파제 옆 바다로 추락해 사경을 헤맨 이야기도 나왔다. 정 이사장은 "살아 돌아온 아버지는 바닷속에서 생각하니 내가 살아 돌아가지 못하면 '무모하게 사업을 벌이다 안돼 자살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 뻔했고 그 말이 싫어 꼭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차창 문을 열고 겨우 나가니 경비원이 보여 살아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아버지의 추억이 담긴 사진 30여장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일화를 소개하고 "아버님은 많은 사람이 안된다고 하면 그럴수록 더 열심히 일해 이뤄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후반 소양강댐을 건설할 때의 일화도 나왔다.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이뤄진 소양강댐 공사 당시 일본은 시멘트 콘크리트를 이용한 댐 설계도를 보내왔다. 하지만 시멘트가 부족했던 당시 상황에서 아산은 모래와 자갈을 이용한 사력댐 건설을 제안했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사람이 안전에 대해 뭘 안다고 사력댐 얘기를 하느냐"고 모욕을 줬지만 아산은 결국 사력댐을 완공해 국가 예산을 30% 절감했다.
이 밖에도 정 이사장은 1968년 경부고속도로 건설, 1971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협곡에 다리 건설, 1982년 파푸아뉴기니 지하 수력발전소 건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결국 성사시킨 그의 업적들을 소개했다. 특히 "아버님(정 명예회장)은 '나는 부유한 노동자'라고 했다"며 노동자 정신을 강조한 정 명예회장을 회고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총 4권으로 구성된 정 명예회장에 대한 총서를 발간하고 학술적 차원에서 그의 리더십과 철학 등을 연구한 성과가 발표됐다. 신용화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학계와 경제계에서 총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아산이라는 개인과 그가 살아온 100년의 역사가 우리 사회와 역사에 어떤 방향으로 어우러졌는지를 학문적으로 연구했다"며 "결국 우리가 앞으로 100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실험"이라고 발간 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정 이사장을 비롯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그룹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 등 범현대가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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