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수수료 폐지 논란
한투·신한BNP 등 대형사 중심 수수료 폐지 펀드상품 줄이어
흥국·하이 등 중소운용사도 동참
"장기·가치투자에 어긋나는 정책" 신영·메리츠·KB는 반대 입장
"공모형 펀드 투자 늘어날 것" "남은 투자자 피해" 찬반 팽팽
금융당국이 펀드 환매수수료를 자율화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수수료 정책도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 운용사는 일부 상품의 환매수수료를 폐지하고 있지만 가치주 펀드 등 장기투자 상품에 주력하는 일부 운용사들은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수료 폐지로 단기간에 자금 유출이 커지면 펀드 운용에 차질을 빚어 다른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돌아갈 수 있고 환매 수수료가 운용사가 아닌 펀드에 귀속돼 투자자산으로 재투자된다는 것이 이들 운용사의 주장이다.
19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중심으로 환매수수료를 폐지하는 펀드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일부터 '삼성그룹주 펀드'를 포함한 총 7개 펀드에 대한 환매수수료를 폐지했고 삼성자산운용도 '삼성코리아중기채권펀드'등 6개 펀드의 환매수수료를 없앴다. 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신한BNP유로인덱스펀드 제1호'와 '신한BNP BEST CHOICE 단기증권 펀드 제4호' 등 2개 펀드의 환매수수료를 11일부터 폐지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대상 펀드와 범위 등에 대해 현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소 운용사도 속속 환매수수료를 폐지하는 모습이다. NH-CA자산운용은 'NH-CA성장중소형주펀드'를 비롯한 7개 펀드의 환매수수료 조항을 최근 투자설명서에서 삭제했고 흥국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도 일부 펀드를 환매수수료 없이 운용하고 있다. 박진환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기획본부장은 "일괄적으로 환매수수료를 없애기보다는 펀드별 특성에 맞춰 폐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며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나 성장대형 운용스타일의 펀드부터 점진적으로 폐지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치 투자로 유명한 신영자산운용은 판매사가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폐지하지는 않을 예정이며 메리츠자산운용도 '장기투자 철학'에 어긋난다며 폐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KB자산운용 역시 환매수수료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장기투자를 권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매수수료를 없애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장기·가치투자를 철학으로 삼은 운용사인 만큼 판매사가 요구하지 않는 한 환매수수료를 먼저 폐지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환매수수료를 폐지한 운용사들도 이러한 조치가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환매수수료를 자율화한 것은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투자자들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해 수익을 실현해야 할 시점이 돼서도 수수료 때문에 환매 시기를 놓쳐 의도하지 않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환매수수료가 투자자들의 수익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왔다"며 "환매수수료가 없어진 만큼 공모형 펀드 투자자들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매수수료를 폐지해 자금 유출이 커질 경우 펀드 운용이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더 많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게 운용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환매수수료는 투자기간에 따라 환매시 이익금의 30~70% 수준에서 차등 부과되는데 부과된 수수료는 판매사나 운용사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펀드 계정으로 돌아가 재투자된다. 이 때문에 환매수수료는 단기간 갑작스럽게 자금이 유출되더라도 일부를 펀드로 다시 돌려 펀드의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 역할을 하는데 이를 폐지할 경우 남아있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초 주식형 펀드에서 보듯 주가 상승에 따라 단기간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되면 매니저가 전략대로 펀드 운용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결국 다른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환매수수료 폐지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데 금융당국이 너무 섣부르게 자율화를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이 단기투자를 막는 환매수수료를 폐지한 것은 모순적"이라며 "환매수수료를 현재보다 낮추는 등의 방법이 있을 텐데 너무 서두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한투·신한BNP 등 대형사 중심 수수료 폐지 펀드상품 줄이어
흥국·하이 등 중소운용사도 동참
"장기·가치투자에 어긋나는 정책" 신영·메리츠·KB는 반대 입장
"공모형 펀드 투자 늘어날 것" "남은 투자자 피해" 찬반 팽팽
금융당국이 펀드 환매수수료를 자율화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수수료 정책도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 운용사는 일부 상품의 환매수수료를 폐지하고 있지만 가치주 펀드 등 장기투자 상품에 주력하는 일부 운용사들은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수료 폐지로 단기간에 자금 유출이 커지면 펀드 운용에 차질을 빚어 다른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돌아갈 수 있고 환매 수수료가 운용사가 아닌 펀드에 귀속돼 투자자산으로 재투자된다는 것이 이들 운용사의 주장이다.
19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중심으로 환매수수료를 폐지하는 펀드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일부터 '삼성그룹주 펀드'를 포함한 총 7개 펀드에 대한 환매수수료를 폐지했고 삼성자산운용도 '삼성코리아중기채권펀드'등 6개 펀드의 환매수수료를 없앴다. 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신한BNP유로인덱스펀드 제1호'와 '신한BNP BEST CHOICE 단기증권 펀드 제4호' 등 2개 펀드의 환매수수료를 11일부터 폐지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대상 펀드와 범위 등에 대해 현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소 운용사도 속속 환매수수료를 폐지하는 모습이다. NH-CA자산운용은 'NH-CA성장중소형주펀드'를 비롯한 7개 펀드의 환매수수료 조항을 최근 투자설명서에서 삭제했고 흥국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도 일부 펀드를 환매수수료 없이 운용하고 있다. 박진환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기획본부장은 "일괄적으로 환매수수료를 없애기보다는 펀드별 특성에 맞춰 폐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며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나 성장대형 운용스타일의 펀드부터 점진적으로 폐지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치 투자로 유명한 신영자산운용은 판매사가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폐지하지는 않을 예정이며 메리츠자산운용도 '장기투자 철학'에 어긋난다며 폐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KB자산운용 역시 환매수수료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장기투자를 권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매수수료를 없애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장기·가치투자를 철학으로 삼은 운용사인 만큼 판매사가 요구하지 않는 한 환매수수료를 먼저 폐지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환매수수료를 폐지한 운용사들도 이러한 조치가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환매수수료를 자율화한 것은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투자자들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해 수익을 실현해야 할 시점이 돼서도 수수료 때문에 환매 시기를 놓쳐 의도하지 않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환매수수료가 투자자들의 수익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왔다"며 "환매수수료가 없어진 만큼 공모형 펀드 투자자들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매수수료를 폐지해 자금 유출이 커질 경우 펀드 운용이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더 많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게 운용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환매수수료는 투자기간에 따라 환매시 이익금의 30~70% 수준에서 차등 부과되는데 부과된 수수료는 판매사나 운용사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펀드 계정으로 돌아가 재투자된다. 이 때문에 환매수수료는 단기간 갑작스럽게 자금이 유출되더라도 일부를 펀드로 다시 돌려 펀드의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 역할을 하는데 이를 폐지할 경우 남아있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초 주식형 펀드에서 보듯 주가 상승에 따라 단기간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되면 매니저가 전략대로 펀드 운용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결국 다른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환매수수료 폐지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데 금융당국이 너무 섣부르게 자율화를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이 단기투자를 막는 환매수수료를 폐지한 것은 모순적"이라며 "환매수수료를 현재보다 낮추는 등의 방법이 있을 텐데 너무 서두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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