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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강력한 주행 성능과 차별화된 디자인이 '상위 1%'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누적 등록대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당 3억~5억원에 육박하는 슈퍼카들의 판매량이 많게는 지난해보다 50% 이상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카들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여타의 수입차 브랜드들과 달리 매달 판매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다.
◇마세라티 연 800대 판매 눈앞… 페라리 판매량 50% 증가=슈퍼카 브랜드 중에서는 이탈리아 명차 마세라티의 판매량 증가세가 가장 눈에 띈다. 마세라티의 연도별 판매량은 2013년 115대에서 지난해 726대로 6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9월까지 판매량은 790대로, 이미 지난해 실적을 넘어섰다. 마세라티 인기의 비결은 엔트리(최하위) 모델인 '기블리' 덕분이다. 평균 1억원대의 가격에도 마세라티 고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마세라티의 누적 판매대수는 총 1,970대로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올해 누적 2,000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마세라티와 형제 브랜드인 페라리 역시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9월까지 페라리의 판매량은 78대로 지난해(52대)보다 50% 가량 늘었다. 페라리의 판매량은 2013년 75대에서 지난해 소폭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페라리는 지난 7월 3억원 중반대 가격의 '488GTB'를 출시했다. 최고 670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초가 걸린다. 페라리는 또 이달 17일 페라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오픈카인 '488 스파이더'도 선보인다.
'제임스 본드의 차'로 잘 알려진 영국 슈퍼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의 최근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2013년 1대에 불과하던 애스턴 마틴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5대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는 36대나 된다. 올해 초 기흥모터스가 애스턴 마틴을 수입 판매하면서 서비스망을 재정비, 판매량이 훌쩍 늘었다. 주력 차종인 'DB 9'(2억5,900만원)와 '뱅퀴시'(3억7,900만원), 4도어 쿠페 '라피드 S'(2억7,900만원) 등이 고르게 판매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매달 판매 실적을 공개하고 있는 폭스바겐그룹의 슈퍼카 람보르기니도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다. 2013년과 지난해 연평균 20대 수준을 유지하다 올해는 9월까지만 30대 넘게 팔렸다.
◇불황일수록 더 잘 팔리는 슈퍼카=슈퍼카 판매량이 매년 크게 늘어나는 것은 수입차 저변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수입차 판매량이 늘면서 일반 브랜드를 타던 고객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프리미엄 브랜드 고객은 슈퍼카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희소성이 있는 차량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불황이 장기화 되는 점도 반영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슈퍼카 브랜드도 일반 브랜드처럼 불황에는 구매 조건을 다양화해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차를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부 슈퍼카 브랜드는 올해 유로5 모델 소진을 위해 저금리 무이자 할부 판매를 하기도 했다. 고객의 환심을 끌기 위해 해외 투어 행사 등을 진행한 곳도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무늬만 회사차에 대한 과세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별도 브랜드로 만들고 고성능 N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 역시 상위 1%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며 "독자 감성을 가진 브랜드의 힘"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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