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내년 1월 출시하는 대형 세단 '신형 K7'으로 법인차 시장을 정조준한다. 주 타깃은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이다. 지난 2009년 형님 격인 현대차의 '그랜저TG'를 제치고 삼성 임원용 차량에 선정된 K7의 완전변경 모델을 앞세워 7년 만에 성과를 재연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대기업 임원에게 공급하는 차량으로 선택될 경우 일반 판매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아차는 공식 출시 전 비공개 원칙을 깨고 임원들을 대상으로 차량을 미리 공개하는 초강수를 띄울 예정이다.
15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공식 출시를 두 달여 앞둔 신형 K7의 실제 모습이 담긴 '법인용 차량 제안서'를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에 조만간 전달할 계획이다. 연말 줄줄이 계획된 대기업 임원 인사를 앞두고 법인용 차량 판매를 위한 큰 장이 서기 때문이다.
내부 사정상 연말 인사에 맞춰 신차를 내놓을 수 없는 기아차는 신형 K7의 외부 사진과 차량 사양을 미리 공개하는 파격 행보를 택했다. 어느 때보다 공들여 개발한 신형 K7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약 한 달가량의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 택한 묘수다. 렌더링 이미지를 일찍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아차는 12일 한층 웅장해진 전·후면부, 공간 개방감을 확대한 내부 인터리어를 표현한 렌더링 이미지를 최초로 공개했다.
그동안 삼성 등 대기업 임원들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아온 차량은 그랜저다. 전무급 이상을 노린 '아슬란'이 저조한 판매실적을 거두며 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대차의 고급차 라인 시작을 상징하는 그랜저는 임원들이 선호하는 차종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임원에 판매되는 신규 법인 차량만 약 500대에 달한다. 올해는 업종을 불문하고 임원 승진 인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한 해를 통틀어 연말 임원 인사 시즌은 자동차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시기다. 기아차의 K7을 비롯해 그랜저, 한국GM '임팔라' 등이 올 연말 임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당시 그랜저TG를 제치고 삼성 임원들의 선택을 받은 기아차가 이번 신차 출시를 앞세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그랜저HG 모델이 노후화된데다 임팔라까지 가세해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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